오전에는 풀을 맸다.

오후에도 풀을 맸다.

풀을 맸다고 날마다 쓰고도 남겠는 삶이다.

아침뜨락은 그렇게 손으로 손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물꼬살이가 대개 그렇다.

옴자 맨 아래 대나무 울타리도 몇 자르고 세웠다.

일삼아 한 번에 하면야 한 이틀이면 다 할 수 있잖을까 하지만

그야말로 오가는 일 속에 어쩌다 한 번 붙어 얼마쯤을 세운다.

 

대처 식구들이 들어오면 힘을 써야 할 일에 붙는 게 첫째지만

랩탑이며 교무실 컴퓨터며 생긴 문제가 있지 않아도

점검해주는 일도 이네 몫.

대처 식구들의 냉장고를 채울 것들을 해서 보내고

다시 나머지 사람들은 달골에 들다.

아침뜨락 옴자 풀을 맨 곳에 샤스타 데이지를 뿌렸다.

그것도 하니 는다.

씨앗이 날리지 않게 흙을 섞고

몰리지 않고 천천히 고루 뿌리기.

손이 익은 이들은 상추씨며 시금치씨앗을 뿌릴 때도

훠 훠 두어 번에 다 뿌리면 되던데...

 

해지는 데 아직 풀을 매고 있는 아침뜨락으로 하얀샘이 와서

편편하고 너른 곳을 기계로 밀었다.

어둠이 좇아낼 때까지 모두 풀을 넘어뜨리고 있었다.

늦은 저녁밥상을 물리고 과일 한 쪽들 집어먹고 나니

열시를 가리키는 시계. 마감!

여기서 멈추지 않으면 내일 또 제도학교로 넘어가 고단이 클 테다.

주중에 제도학교에서, 주말은 물꼬에서

따로 쉬어가는 날 없이 한주를 꽉 채워 흐르는 이번 학기,

특히 물꼬에 들어오는 주말은

한 번에 들일을 하느라 번번이 달빛 별빛을 받으며 마을로 내려서는데

그렇지만 어렵지 않게 지낼 만한 것은 이곳에 있을 때 이곳에 집중해 있기 때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734 2020.11. 8.해날. 흐림 / 일어나라! 옥영경 2020-12-15 367
733 2020. 9. 7.달날. 태풍 하이삭 / 사흘 수행 여는 날 옥영경 2020-10-08 367
732 2020. 8.26.물날. 비 옥영경 2020-09-17 367
731 2023. 7.22.흙날. 밤비 / 소소한 출판기념회 같았던 북토크 옥영경 2023-08-04 366
730 2022.10. 7.쇠날. 바람 좋은 맑은 날 옥영경 2022-10-31 366
729 2022. 7.25.달날. 젖은 땅 말리는 해 옥영경 2022-08-06 366
728 2022. 3.15.불날. 맑음 옥영경 2022-04-05 366
727 2021.12.24.쇠날. 흐림 옥영경 2022-01-08 366
726 2021.11. 9.불날. 비 갠 오후 / 집중상담 이튿날 옥영경 2021-12-20 366
725 2021. 4. 1.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1-05-05 366
724 2020.12.31.나무날. 해 짱짱한 낮, 늦은 오후의 눈발, 그리고 훤한 달 옥영경 2021-01-18 366
723 겨울 청계 닫는 날, 2020.12.27.해날. 흐리다 살짜쿵 비 지난 옥영경 2021-01-15 366
722 9월 예술명상 나흘째, 2020. 9.25.쇠날. 맑았다가 흐려가는 오후 옥영경 2020-11-12 366
721 2020. 8.27.나무날. 갬 옥영경 2020-09-17 366
720 2023.12.10.해날. 맑음 옥영경 2023-12-21 365
719 2023. 7.20.나무날. 갬 옥영경 2023-08-04 365
718 2022. 7. 9.흙날. 흐린 오전, 썩 맑지는 않은 오후 옥영경 2022-07-29 365
717 2022. 1.30.해날. 맑음 옥영경 2022-02-24 365
716 2021.12.15.물날. 흐림 옥영경 2022-01-08 365
715 2021.11.20.흙날. 가끔 구름 옥영경 2021-12-24 365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