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5.18.달날. 맑다가 비

조회 수 314 추천 수 0 2020.08.10 23:47:18



다시 제도학교의 아침.

해날 늦도록 들에 있다 일어나는 달날의 아침은 무겁지만

일찍 본교로 들어간다, 서두르면 더 고단하니까.

학교마당부터 맨발로 걸었다.

잠시 숲에 들어갔다 나오기도.

특수학급 청소를 끝내고나자 샘들이 와

같이 해건지기를 했다.

내가 없을 때도 계속 이 시간이 이어질 수 있도록 잘 익히겠다는 교사도 있고,

나날이 사는 일이 너무 피곤하다는 한 교사는

이런 시간을 가지는 인연이 고맙고 찡하다고 했다.

수행을 하면 힘이 생깁니다.

그러면 내 능력 너머까지 많을 걸 할 수도 있습니다!”

 

특수학급 한 아이의 방문수업이 드디어 잡혔다.

내내 원치 않던 부모였는데,

정작 그 아이야말로 필요해서 계속 부모를 설득해왔다,

등교가 멀지 않았지만 지금이라도 하자고.

앞으로 남은 물날, 쇠날, 달날 오전 2시간 4차시 수업을 하기로 하다.

분교의 우리 학급 두 아이의 방문수업이

달날 불날 물날, 오전 오후로 짜여진.

 

한동이의 방문수업.

5분을 늦는다. 에구! 그럴 수 있다? 아니!

분교에서 멀지 않은 그곳인데,

본교에서부터 출발한다는 걸 그만 잊은.

1차시는 마을 걷기.

찔레꽃 아카시아꽃 말라가고 있었다.

호숫가에 매 놓은 배 위에서 물 위로 아카시아 꽃잎도 띄우고,

아카시아 이파리를 가위바위보로 떼어내며 출렁이다.

이런! 돌아오는 길에 아이는 굳이 풀섶을 가로지르느라 가시에 종아리가 긁혔다.

에코, 좀 더 정교하게 안내를 해야!

 

오늘에야 알았다.

주차장에 교사들 차가 주욱 서 있잖나.

근데 번호판이 내 차만 초록색이었다.

더 없나 찾아봤는데 없다.

왜 그런가 했더니...

왜일까? 옛날 차라, 요새는 하얀번호판.

, 그래도 한 대 찾았다. 반가웠네. 근데 그 차가 내 차더라.

한쪽으로 돌아가니 앗, 진짜 한 대 더 있다.

나이 드신 기간제 교사였다.

물꼬에서 진행용 차량으로 쓰는 차, 오래 함께 보냈네.

나도 모르게 한 시절이 흐르고 있었네.

 

내일 긴 상담이 있어 제도학교에 연가를 냈다.

구불구불 금강변을 따라 돌아왔네.

물안개와 함께 비가 그리 내릴 줄이야.

비 몰아쳐 아래 학교에서 기다렸다 달골에 올랐다.

여기는 물꼬.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414 2023. 1.16.달날. 흐림 옥영경 2023-02-11 315
6413 2020. 5.31.해날. 한밤 도둑비 옥영경 2020-08-13 316
6412 2021. 5.13.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1-06-14 316
6411 2021.11.26.쇠날. 맑음 옥영경 2021-12-30 316
6410 2022. 2.13.해날. 흐린가 했더니 미세먼지라는 옥영경 2022-03-24 316
6409 2022. 5. 8.해날. 구름 조금 옥영경 2022-06-15 316
6408 2022. 5.16.달날. 맑음 옥영경 2022-06-16 316
6407 2022. 6.30.나무날. 비 온다더니 /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옥영경 2022-07-27 316
6406 2022. 7. 7.나무날. 흐림 옥영경 2022-07-29 316
6405 2022. 7.24.해날. 잔비 옥영경 2022-08-06 316
6404 2022. 9.28.물날. 안개인 줄, 미세먼지라는 옥영경 2022-10-13 316
6403 2023. 2.16.나무날. 흐리다 오후 눈싸라기 / 설악산 소청산장 옥영경 2023-03-15 316
6402 2023. 3. 4.흙날. 맑음 옥영경 2023-03-26 316
6401 2023. 6.13.불날. 맑음 옥영경 2023-07-21 316
6400 2020. 5.19.불날. 비 오락가락 옥영경 2020-08-10 317
6399 2020. 7.10.쇠날. 비 내리다 갬 옥영경 2020-08-13 317
6398 2020. 7.14.불날. 장맛비 옥영경 2020-08-13 317
6397 2020. 7.16.나무날. 옥영경 2020-08-13 317
6396 2020. 7.23.나무날. 비 옥영경 2020-08-13 317
6395 2021. 5.31.달날. 갬 옥영경 2021-06-30 317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