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5.18.달날. 맑다가 비

조회 수 329 추천 수 0 2020.08.10 23:47:18



다시 제도학교의 아침.

해날 늦도록 들에 있다 일어나는 달날의 아침은 무겁지만

일찍 본교로 들어간다, 서두르면 더 고단하니까.

학교마당부터 맨발로 걸었다.

잠시 숲에 들어갔다 나오기도.

특수학급 청소를 끝내고나자 샘들이 와

같이 해건지기를 했다.

내가 없을 때도 계속 이 시간이 이어질 수 있도록 잘 익히겠다는 교사도 있고,

나날이 사는 일이 너무 피곤하다는 한 교사는

이런 시간을 가지는 인연이 고맙고 찡하다고 했다.

수행을 하면 힘이 생깁니다.

그러면 내 능력 너머까지 많을 걸 할 수도 있습니다!”

 

특수학급 한 아이의 방문수업이 드디어 잡혔다.

내내 원치 않던 부모였는데,

정작 그 아이야말로 필요해서 계속 부모를 설득해왔다,

등교가 멀지 않았지만 지금이라도 하자고.

앞으로 남은 물날, 쇠날, 달날 오전 2시간 4차시 수업을 하기로 하다.

분교의 우리 학급 두 아이의 방문수업이

달날 불날 물날, 오전 오후로 짜여진.

 

한동이의 방문수업.

5분을 늦는다. 에구! 그럴 수 있다? 아니!

분교에서 멀지 않은 그곳인데,

본교에서부터 출발한다는 걸 그만 잊은.

1차시는 마을 걷기.

찔레꽃 아카시아꽃 말라가고 있었다.

호숫가에 매 놓은 배 위에서 물 위로 아카시아 꽃잎도 띄우고,

아카시아 이파리를 가위바위보로 떼어내며 출렁이다.

이런! 돌아오는 길에 아이는 굳이 풀섶을 가로지르느라 가시에 종아리가 긁혔다.

에코, 좀 더 정교하게 안내를 해야!

 

오늘에야 알았다.

주차장에 교사들 차가 주욱 서 있잖나.

근데 번호판이 내 차만 초록색이었다.

더 없나 찾아봤는데 없다.

왜 그런가 했더니...

왜일까? 옛날 차라, 요새는 하얀번호판.

, 그래도 한 대 찾았다. 반가웠네. 근데 그 차가 내 차더라.

한쪽으로 돌아가니 앗, 진짜 한 대 더 있다.

나이 드신 기간제 교사였다.

물꼬에서 진행용 차량으로 쓰는 차, 오래 함께 보냈네.

나도 모르게 한 시절이 흐르고 있었네.

 

내일 긴 상담이 있어 제도학교에 연가를 냈다.

구불구불 금강변을 따라 돌아왔네.

물안개와 함께 비가 그리 내릴 줄이야.

비 몰아쳐 아래 학교에서 기다렸다 달골에 올랐다.

여기는 물꼬.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374 38 계자 갈무리날 옥영경 2004-01-28 1688
6373 2006.2.11. 잡지 '민들레'로부터 온 메일 옥영경 2006-02-13 1686
6372 2010.11.25.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0-12-12 1685
6371 10월 10일 해날 맑음, 호숫가 나무 옥영경 2004-10-12 1685
6370 5월 12일, 물꼬 아이들의 가방 옥영경 2004-05-26 1682
6369 12월 2일 나무날 맑음 옥영경 2004-12-03 1681
6368 4월 14일 물날, 김태섭샘과 송샘과 영동대 레저스포츠학과 옥영경 2004-04-27 1680
6367 2011. 5. 5.나무날. 맑음 / 산오름 옥영경 2011-05-19 1675
6366 1월 23일 해날 자는 새 눈 내리다 옥영경 2005-01-25 1673
6365 128 계자 이튿날, 2008.12.29.달날. 구름 걷어내며 해가, 그러다 싸락비 옥영경 2009-01-02 1671
6364 2007. 3. 16.쇠날. 가끔 구름 지나다 / 백두대간 '괘방령-추풍령' 구간 옥영경 2007-04-02 1671
6363 2020. 2.11.불날. 맑음 옥영경 2020-03-12 1668
6362 2007. 5.25.쇠날. 맑음 / 백두대간 제4구간 8소구간 옥영경 2007-06-13 1668
6361 6월 21일, 보석감정 옥영경 2004-07-04 1666
6360 5월 23일, 모내기와 아이들이 차린 가게 옥영경 2004-05-26 1666
6359 5월 17일, 배움방과 일 옥영경 2004-05-26 1666
6358 [바르셀로나 통신 6] 2018. 4.26.나무날. 아직 맑음 [1] 옥영경 2018-04-28 1665
6357 111 계자 여는 날, 2006. 7.31.달날. 장마 끝에 뙤약볕 옥영경 2006-08-01 1665
6356 9월 5-8일, 방문자 오해령님 머물다 옥영경 2004-09-16 1665
6355 2월 2일 물날 맑음, 102 계자 셋째 날 옥영경 2005-02-04 1663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