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제도학교의 아침.
해날 늦도록 들에 있다 일어나는 달날의 아침은 무겁지만
일찍 본교로 들어간다, 서두르면 더 고단하니까.
학교마당부터 맨발로 걸었다.
잠시 숲에 들어갔다 나오기도.
특수학급 청소를 끝내고나자 샘들이 와
같이 해건지기를 했다.
내가 없을 때도 계속 이 시간이 이어질 수 있도록 잘 익히겠다는 교사도 있고,
나날이 사는 일이 너무 피곤하다는 한 교사는
이런 시간을 가지는 인연이 고맙고 찡하다고 했다.
“수행을 하면 힘이 생깁니다.
그러면 내 능력 너머까지 많을 걸 할 수도 있습니다!”
특수학급 한 아이의 방문수업이 드디어 잡혔다.
내내 원치 않던 부모였는데,
정작 그 아이야말로 필요해서 계속 부모를 설득해왔다,
등교가 멀지 않았지만 지금이라도 하자고.
앞으로 남은 물날, 쇠날, 달날 오전 2시간 4차시 수업을 하기로 하다.
분교의 우리 학급 두 아이의 방문수업이
달날 불날 물날, 오전 오후로 짜여진.
한동이의 방문수업.
5분을 늦는다. 에구! 그럴 수 있다? 아니!
분교에서 멀지 않은 그곳인데,
본교에서부터 출발한다는 걸 그만 잊은.
1차시는 마을 걷기.
찔레꽃 아카시아꽃 말라가고 있었다.
호숫가에 매 놓은 배 위에서 물 위로 아카시아 꽃잎도 띄우고,
아카시아 이파리를 가위바위보로 떼어내며 출렁이다.
이런! 돌아오는 길에 아이는 굳이 풀섶을 가로지르느라 가시에 종아리가 긁혔다.
에코, 좀 더 정교하게 안내를 해야!
오늘에야 알았다.
주차장에 교사들 차가 주욱 서 있잖나.
근데 번호판이 내 차만 초록색이었다.
더 없나 찾아봤는데 없다.
왜 그런가 했더니...
왜일까? 옛날 차라, 요새는 하얀번호판.
아, 그래도 한 대 찾았다. 반가웠네. 근데 그 차가 내 차더라.
한쪽으로 돌아가니 앗, 진짜 한 대 더 있다.
나이 드신 기간제 교사였다.
물꼬에서 진행용 차량으로 쓰는 차, 오래 함께 보냈네.
나도 모르게 한 시절이 흐르고 있었네.
내일 긴 상담이 있어 제도학교에 연가를 냈다.
구불구불 금강변을 따라 돌아왔네.
물안개와 함께 비가 그리 내릴 줄이야.
비 몰아쳐 아래 학교에서 기다렸다 달골에 올랐다.
여기는 물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