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안개.

걷고 수행하고, 여느 아침처럼.

오전도 오후도 분교 특수학급 아이들의 방문수업.

 

물꼬로 돌아오는 장을 본 뒤 소읍을 지나고 있었다.

호떡을 파는 천막 앞을 지나는데

크게 음악이 흘렀다, 비는 내리고.

차를 세우고 호떡을 샀다. 말을 붙였다. 음악을 좋아한다고 했다.

매우 즐거워하는 주인장이었다. 노천카페 같았다. 아름다웠다.

사는 일이 그런 거다, 사소하고, 그래서 풍부한.

행복한 사람은 곁에 있는 이도 그리 만든다.

 

물꼬로 들어오니 액자 둘과 함께 연필로 쓴 편지가 닿아있었다.

이번 책 <모든 사람의 인생에는...>의 표지디자인.

색감이 다른 것으로 같은 그림이 담긴.

‘(...) 살면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지 고민에 부딪힐 때마다

선생님을 떠올리곤 했습니다. 어린 시절, 제가 한 뼘 더 자랄 수 있게 해주신 선생님은

제 마음속에 늘 특별하게 자리 잡고 계세요!

함께 임진강에 가서 북에서 내려온 풀들을 만져봤던 일,

꽁꽁 얼었던 산정호수에서 함께 썰매를 탔던 일,

함께 읽었던 전태일과 김정호 평전, 함께 봤던 영화들.

흐릿하게 또는 선명하게 남아있네요.

선생님을 만났기에 제가 더 특별한 사람으로 자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이런 저런 책을 만들며 살고 있어요. 아직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 중이지만

처음 이 책을 맡게 되었을 때, 저자가 선생님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이건 마치 운명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책 디자이너가 된 것은

아마 이 책을 맡은 이유가 아닐까 하고요. 제게는 너무나 특별한 작업이었습니다.

(...) 함께 보내는 그림은 제가 직접 선생님을 생각하며 그린 그림입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세상이 조금 더 조용해지면 공명 분들과 함께 물꼬에 찾아뵙고 싶네요.’

 

물꼬로 돌아왔으니 물꼬의 일을.

출판사와 홍보일정 조율한다.

코로나19 아래 아직 강연들이 주춤거리고 있으니

다행하게도(이번학기는 제도학교 지원수업 중이니) 그런 행보는 가을학기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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