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6. 2.불날. 맑음

조회 수 281 추천 수 0 2020.08.13 02:34:28


 

제도학교 지원수업 중인 이번 학기,

학교 곁 교장 사택에서 지내느라 출근이 수월하다.

08:40이 교사 출근 시간이지만 두어 시간 전에 닿다.

그런데 학교버스는 첫 차가 07:50분에 학교를 들어선다.

교사들이 올 때까지 1시간 여 아이들은 교실에서 보낸다.

체육관도 놀이터도 교사 동행 없이 갈 수 없으니.
다른 학년이야 이미 학교생활을 안다지만

처음 들어온 1학년들은 아무래도 마음이 쓰인다.

특수학급 옆교실이 1학년 교실,

맨 먼저 학교에 온 윤전이와 채밤이에게 책을 읽어주기도 하다

어제부터는 놀이터로 진출.

찡찡대는 애기같은 채밤이와 달리 윤전이는 덩치부터 아주 크고 올 찬 부분이 있는.

어쩜 그렇게 예쁘게 컸대니?”

윤전이 대답했다.

엄마가 잘 키워서 그래요!”

아하!

한 시간은 나를 위해, 한 시간은 아이들을 위해 쓰는 아침 출근대이다.

 

지난주 물날 등교개학부터 보건샘이 아이들 등교 발열체크를 맡았더랬다

코로나19의 긴장을 그야말로 일선에서 홀로 맡서는  날들에다

이른 아침부터 출근을 해야 하는 그였다.

어려움을 호소하는 그도 그이지만

당연히 동료들이 분담해야 할 일.

모든 교사들이 돌아가며 하는 당번조직표를 짜기로 했다.

하교 때는 학교지킴이와 코로나19 방역 도움이가 맡기로.

어차피 사택에서 지내며 두어 시간 일찍 출근 하니

아침 시간대는 물꼬에서 출발하는 달날을 빼고는 내가 해도 된다했는데,

좋은 마음으로 시작하지만 힘들 것이고 사람들은 어느새 그걸 당연하게 여길 거라는

우려와 말림이 있었다.

그럴 수도 있겠지...

 

제가 태음이에게 옥샘처럼 말하고 있더라구요!”

본교 특수샘이 그랬다.

오늘 도서실에서 잠깐 같이 앉은 특수반 도움샘도 엊저녁 그 댁 풍경을 전하는데,

큰 애랑 주고받은 대화에 엄마의 목소리는어느새 옥샘을 따라하고 있더란다.

늘 명령하는 그의 말에 아이도 퉁명스럽게 말을 받고는 했는데,

아이에게 뭔가를 부탁했고, 아이도 그것을 흔쾌히 받더라지.

어제 온 가족이 하하 호호 모두 넘치는 웃음으로 지내는 분위기가 된 것도,

그래서 자신의 마음도 너무 좋았다는 것 배경에 바로 내 말투가 있었다 했다.

나는 내가 어찌 말하는지 잘 모른다.

하지만 아마도 아이들에게 정성스럽게 말하는 어떤 부분을 말하는 게 아니었을까 짐작해 본다.

선한 영향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은 반갑고 고마운 일.

 

분교 아이들 학교차량에 동행했다.

어떤 건에 대한 각자의 주장이 다른 아이들에게

진실을 알기위한 서로의 교차증언을 끌어내서 결론을 내기도.

즐거웠다. 아이들도 그러했다.

하지만 멀미가 심했다. 돌아와서 한 시간여까지 이어진.

새삼스런 일은 아니었다, 버스를 타면 원체 멀미를 해온.

주마다 화요일 하교 차량 지원을 하겠다고 나섰는데,

쉽지 않겠구나 혼자 마음이 좀 쓰인다.

 

제도학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치유센터 한 곳이 있고,

그곳을 꾸리는 분이 얼마 전 인사를 청해왔더랬다.

저녁을 같이 먹었고,

그의 건강을 돌봐주는 시간이 있었다.

그리고 그가 하는 수행법을 같이 해보기도.

불날마다 저녁에 수행모임을 같이 하자고도 한다.

어딜 가나 관심이 있는 것들에 그리 모임이 엮이고는 하던데,

일정을 좀 가늠해보자...

수행을 일정하게 해나간다는 것에는 의미가 있겠으나

결국 사람이 모여 하는 일이니 마음 좋은 관계인가도 중요할 것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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