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9.28.물날. 가끔 다녀가는 해

조회 수 1128 추천 수 0 2005.09.29 23:49:00

2005.9.28.물날. 가끔 다녀가는 해

아침마다 아이들이 늘어지지 않고 제 시간에 내려오고 있습니다.
"시간이 되면 이제 저절로 잠이 깨."
류옥하다 역시 깨우지 않아도 되게 되었지요.
사흘만 지켜내면 버릇됩니다요.

뜀박질 세 바퀴,
낼은 물론 네 바퀴,
한 바퀴씩 늘려 열 바퀴를 아침마다 돌 계획이지요.
한 주 한 차례 밖에 하지 않지만
아침마다 국선도로 몸을 풀고 있으니
국선도 샘들 오셔서는 놀라십디다,
날마다 계속 수련하는 이들 같다고.
학교 속틀에 들어있는 시간보다
이런 시간들이 늘 더 중요하다 싶지요.

운동장 한 가운데 작은 의자들을 늘여놓고 아이들이 손풀기를 하고 있습니다.
지들이야말로 그림입니다.
"저기 좀 봐."
그때, 다람쥐 한 마리 잣나무를 지나 은행나무를 타더니
튤립나무로 한 순간 성큼 건너뛰었답니다,
청명한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아..."
탄성이 절로들 나왔지요.
그런 풍경들이 우리 눈길과 발길을 자주도 잡는 이곳입니다.
교사가, 어른들이 도대체 뭘 가르칠 건지요,
이 대자연이 우리 아이들을 충만하게 키워낼 것을 믿습니다.

스스로공부 하러 돌아다니며 아이들이 던져오는 소리들이
간간이 웃음 흐르게 합니다.
국선도에서 누워 단전행공을 하다 그만 채규가 잠이 들어버린 일도
류옥하다 졸립다며 끝자락에 잘란다며 누워서 일어나지 않는 일도
까르르 까르르 우리들 웃게 만들지요.
아이들과 사는 일이 이러합니다,
자주 입꼬리 올라가는.

주운 도토리가 작아 묵도 한 차례 못해먹겠다고
다시 도토리를 찾아 헐목으로 내려갔지요.
된장집 뒤란 고구마순도 따고
돌아와서는 토란껍질을 벗기는 아이들입니다.

큰 논두렁 오정택님이 단추를 한 상자 보내오셨습니다.
포천 공장에서 단추를 만든다 하시기
아이들과 헤엄칠 수 있을 만치 주심 잘 쓰겠다,
지난 번 서울길에 만나 부탁을 했더랬지요.
아이들과 서양화시간에 단추를 써서 여러 작업을 해보려지요.

때는 불이 아까워, 데운 물이 못내 아까워,
씻는 일은 곶감집에 올라가 하기로 한 아이들의 저녁시간입니다.
현장소장님이 저녁 밥상을 물리고
식구들과 앉아 살아온 날들, 그것을 둘러싸고 만들어진 가치관을 들려주셨지요.
1시간 30분짜리 '특강(?)'이었답니다.
"집에 돌아와 한 이십분쯤 생각하다가 베개 끌어안고 자면 다 잊어버려요."
그렇게 살어라 하셨다지요, 스트레스 받지 말고.
'나는 요새 어이 사나?'
모두가 측은하지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누구랄 것 없이.
'그럴' 수밖에 없었던 너나 '이럴' 수밖에 없는 나나
이 세상 살아내기는 매한가지지요.
노여울 게 무어랍니까.
그리고,
오지 않은 미래가 무에 그리 또 걱정스러울 지요.
다만 내가 평화롭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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