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6.20.흙날. 맑음

조회 수 331 추천 수 0 2020.08.13 02:53:06


 

물꼬 누리집의 물꼬에선 요새를 멈추고 있다.

기록을 하지 않는 건 아니고 정리해서 누리집에 올리는 일을.

주중에 제도학교에 오직 집중하겠다는 의지이기도 하고,

자정을 넘기지 않고 자려 애쓰니 컴퓨터 앞에 앉는 시간이 줄기도.

저녁에는 또 저녁의 일들(사람들과 모이는)이 있고,

랩탑 화면보다 책을 더 들여다 보겠다 하기도 하고.

그것들이 이유의 다는 아니다.

제도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의 기록이 혹 구성원 누군가의 불편을 일으키면 어쩌나 하는 약간의 걱정도.

(이건 시간이 좀 흐른 뒤 쓴다면 쓰는 이도 읽는 이도 감정이 좀 편안하리라 봄)

그래서 등장하는 아이 이름을 가명으로 쓰기도 하지만

이러저러 조심스러운.

주말에는 또 물꼬 일에 집중해야지.

그 사이 쌓인 일들을 밤 10시 넘도록 하기 일쑤.

기록을 정리할 시간이 심히 밀리더니

어느 순간은 그게 어찌 실제 삶보다 앞서랴 하며

다 하려 들지 말고 할 만큼만 하는 걸로 정리한.

뭐 갈무리하자면 제도학교 지원수업 동안은 순전히 그 시간을 뜨겁게 살기로!

 

식구들이 습이들 목욕을 시키다.

주말을 기다리는 가습이와 제습이.

기락샘은 그것들 돌보는 재미로도 대해리 들어오는 걸음이 즐겁다지.

성견이라도 두세 살 아이로 봐야한단다.

안 했던 일에 습이들은 파닥이며 몸을 자꾸 밖으로 빼고.

마당 한가운데서 식구 모두의 물놀이였더라.

 

시간은 무심히도 무참히도 흐르지.

달골 블루베리가 저리 익었다. 좀 따내고.

하얀샘이 넝쿨 장미를 몇 주 들여오다.

아침뜨락 꽃그늘길에 두어 주,

사이집 돌담 안쪽으로도 몇 주 심다.

 

주말에 집중적으로 물꼬에 사람들이 다녀가고 있다.

오늘은 산나물 캐러 다니는 김소장님과 도경샘.

선산에 삼밭을 만들어두었던 두 분이 그곳 다녀가는 길에.

소나무재선충으로 나무를 다 베 내

씨 뿌려둔 숲속 그곳도 파헤쳐져 있더라네.

번번이 이곳 밥상을 살펴 고기며 곡주며들을 실어 오신다.

내일 아침 일찍 이쪽 산으로 들어가실 거라지.

다른 때라면 따라도 나설 길이나

주말에 해낼 물꼬 일만도 번번이 밤 10시에야 끝내는.

 

저녁밥상에 모인 이들이 많았네.

이웃에서도 건너오고.

모두 주중의 제 삶에 매진하다 여기로 모였을.

곡주도 한 잔.

노래도 흐르는 밤.

종경샘이 당신이 즐겨듣는 음악을 들려주기도 하다.

생활의 고단들이 흩어지고 있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534 97 계자 둘쨋날, 8월 10일 불날 옥영경 2004-08-12 2146
6533 자유학교 물꼬 2004학년도 입학 절차 2차 과정 - 가족 들살이 신상범 2004-02-10 2142
6532 3월 18일, 황간분재 김태섭 사장님 옥영경 2004-03-24 2139
6531 계자 네쨋날 1월 8일 옥영경 2004-01-09 2139
6530 126 계자 나흗날, 2008. 8. 6.물날. 맑음 옥영경 2008-08-24 2135
6529 3월 15일주, 꽃밭 단장 옥영경 2004-03-24 2135
6528 2월 9-10일 옥영경 2004-02-12 2134
6527 돌탑 오르기 시작하다, 3월 22일 달날부터 옥영경 2004-03-24 2132
6526 128 계자 닫는 날, 2009. 1. 2.쇠날. 맑음. 맑음 / 아이들 갈무리글 옥영경 2009-01-08 2130
6525 125 계자 닫는 날, 2008. 8. 1.쇠날. 맑음 옥영경 2008-08-10 2123
6524 3월 30일, 꽃상여 나가던 날 옥영경 2004-04-03 2122
6523 6월 2일 나무날 여우비 오락가락 옥영경 2005-06-04 2120
6522 작은누리, 모래실배움터; 3월 10-11일 옥영경 2004-03-14 2119
6521 129 계자 이튿날, 2009. 1. 5. 달날. 꾸물럭 옥영경 2009-01-09 2113
6520 5월 4일, KBS 2TV 현장르포 제3지대 옥영경 2004-05-07 2113
6519 3월 8일 불날 맑음, 굴참나무 숲에서 온다는 아이들 옥영경 2005-03-10 2112
6518 97 계자 첫날, 8월 9일 달날 옥영경 2004-08-11 2111
6517 4월 1일 연극 강연 가다 옥영경 2004-04-03 2109
6516 마지막 합격자 발표 2월 20일 쇠날 옥영경 2004-02-23 2098
6515 품앗이 여은주샘 옥영경 2004-02-20 2092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