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9.29.나무날. 하늘 더 높네

조회 수 1119 추천 수 0 2005.10.01 01:36:00

2005.9.29.나무날. 하늘 더 높네

자, 뜀박질 네 바퀴!
그리고 새로 읽어주기 시작한 권정생샘의 장편동화 하나로 여는 아침.

달골에 올랐지요.
가방짐이 제법 무겁습니다,
세 시간 공부를 다 게서 할 참이니.
달골 집짓는 걸 눈에 담고픈 아이들은 날마다 조르고 있었지요,
가래도 또 저들끼리는 안가고,
뭐, 바쁘댑디다.
주전부리거리도 담아갔지요.
탁 트인 원두막에 올라 판소리부터 부르고,
부르고 있자니 염소똥처럼 노래가 노래를 달고 나왔더랬습니다.
나절가웃도 훌쩍 가겠습디다, 노래를 막아섰지요.
마을을 스케치북에 담아두기로 합니다.
지난 번 불이랑 시간에 해두었던 작업들을 서로 설명하며 보여주기도 하고,
불에 대해 자신이 해나갈 작업들을 메모도 해보았지요.
내려올 때 흙더미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벌레 한 마리 만났습니다,
색은 어쩜 그리 또 곱던지요.
그가 집을 찾아가는 길을 따라 우리는 한참을 눈 붙이고 멈추었더랍니다.

수영장 갔습니다.
차 하나로 가뿐히 갔지요.
이런, 도형이가 또 수영복이 빠졌네요
(누구네 아버지는 아이 옷 실어왔다 그 짐 되 싣고 댁으로 가셨다던데,
누군가 모르겠네...).
그래도 이제 빌릴 재간을 아는지라 없다는 상황만 제게 전하고 차에 오릅디다.
수영연맹의 병준샘이 참 열심히도 아이들을 가르쳐주시지요, 단촐하니 더했겠습니다.
인사도 하고 정성을 보이니 샘도 더 애를 쓴다 싶데요.
그래서, 관계에서 서로 공을 들이나 봅디다,
특히 아이 맡긴 편에서.
"선생님, 대동놀이!"
예, 속틀에다 대동놀이 챙겨서 써넣고 있던 녀석들에게
수영장 간 걸음에 이번 학기는 물에서 해볼까,
다만 그리 던졌을 뿐이었는 걸요,
에고, 팔자지요.
모두 유아전용 풀장에 들어가 물도 처벅석거리고 스폰지 보트도 밀며
이번 주도 무사히(?) 대동놀이를 치러냈지요.

저녁을 밖에서 먹었습니다.
지금 김천은 가족연극제 가운데 있는데,
낼 막을 내리기전 문화예술원에 가서 공연 한 편 볼까도 해서.
젤 맛나다는, 그래서 비싸기도 하다는 핏자집에 들렀지요.
우리 생에(저랑 함께 하는 우리 아이들 생?)
그런 걸 밖에서 같이 먹을 날이 또 오기는 할까요?
"내가 고를게."
저마다 차림판 보며 떠들썩할 것을 암소리 안합디다.
물꼬의 주머니 사정을 배려하는 아이들이지요.
어떤 핏자를 먹느냐가 진정 '선택'(그래봤자 핏자지요)이라고 생각지 않지만
그래도 말은 그렇게 했더랬지요.
"일방적으로 골라서 미안해."
"괜찮아요, 그리고 맛있었어요."
(사실은 미리 사람들이 젤 즐긴다는 핏자를 귀뜸 받아 두었더라지요)
예뿌기도 한 아이들이랍니다.
들어가기 전 참으로 가져온 떡까지 먹고도 또 한껏 집어넣은 녀석들을 데리고
잠을 좇아가면서까지 공연을 볼 건 아니었지요.

돌아와 공동체식구모두한데모임(공동체식구모임) 했습니다.
농사 갈무리에 대한 얘기가 많았지요.
"깨 털고 은행 따고 콩도 털었는데,
옛날 어른들은 자연의 이치 앞에서 때에 맞춰 척척 잘도 했는데,
삶에 있어 먹거리며 생활들을 아는 사람이 없어져서, 나중에 어쩌나..."
열택샘 말에 아이들도 고개 주억거렸더이다.
정녕 삶에 대한 기술들을 찾아내고 익히고픈 이곳이지요
(물론 일하는 것 못지않게 학문을 닦는 것도 중요하다마다요).

달골은,
그간 어마어마하게 흙을 퍼내온 구덩이에 콘크리트 기초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시작했건만 해 지도록 했지요.
믹서트럭(이거 무슨 차라고 하던데...)이 계속 들어와서
일꾼들은 학교로 내려올 짬도 없이 점심도 달골에서 돌아가며 먹어야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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