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달비에 놀라 눈이 번쩍 떠진 아침.

 

아들이 욕실 아이들 신발을 솔질하며 씻다가 말했다.

헤헤, 옥샘, 이런 거 2천원도 안 할 텐데...”

버리고 사는 게 더 효율적이란 말을 하고 있는 걸 게다.

그럼 어째? 이거 버리면 그거 다 환경오염인데. 그 쓰레기를 다 어떡하니?

저 큰 플라스틱 바구니도 돈으로야 얼마나 하겠냐,

그런데 굳이 시간 반 들여서 꿰매는 것도, 그걸 효율로 따지면 어찌 하고 앉았을까.

잘 쓰는 거, 쓰고 또 쓰는 거야말로 환경을 지키는 거라...”

물꼬에서 사는 일이 바로 그런 걸 온몸으로 고민하고 사는 삶이라.

 

자정이 넘어서야 달골을 낑낑 올라가

글집자료를 만들고 아주 늦게야 잠이 든 태희샘과 하다샘,

기존 글집에 모둠만 짜서 넣으면 되겠구나 금세 하겠다 했지만

웬걸, 일이 어디 그렇더냐.

아침해건지기를 조금 느지막히 한다 했고,

몸풀고 아침뜨락을 걸을 생각했지.

그런데 깨우겠다는 시간에도 창대비 계속되고 있었다.

그대들 더 쉬라는 말이네.”

덕분에 책상 앞에서 밀린 기록들을 또 좀 챙겼더라네.

 

광양에서부터 정환샘이 오고.

빗길을 뚫고 무려 5시간 가까이 걸린.

차를 산지 얼마 되지 않은, 먼 길은 또 처음.

물꼬니까 온. 물꼬니까 올 수 있었던.

준한샘도 비오는 덕에 일을 쉬며 물꼬에 손 보태러 들렀고.

준한샘은 교사 둘레를 돌며 물길을 잡아주고,

미처 돌보지 못한 다육이며 화분들을 살펴주시다.

 

교무실 일들 하다샘이 챙겨주고.

166 계자 여행자보험 입금으로 마무리,

이게 말이다, 뭔가 원활하지 못했을 때,

예컨대 명단에서 빠진 그 하나가 꼭 사고가 났던,

혹은 하루 늦게 챙겼는데, 그 하루에 사고가 있었던,

그런 경험 때문에 늘 바짝 긴장하며 처리하게 되는.

그래서 여행자보험을 넣으면 뭔가 계자 준비위의 모든 일이 된 것만 같은.

 

이번에는 계자 준비 흐름을 좀 다르게 해보고 있다.

코로나19가 바꾼 일상이 어디 한둘일까.

영동역 모여 관광버스로 들어오던 아이들이

이번에는 물꼬 대문에서 만나는 것부터.

좀 더 여유로이 편안하게 그래서 세심하게 많은 부분이 준비될 수 있도록

더 주의를 기울이기.

그래서 밀려서 하는 일들을 외려 앞으로 빼서 먼저 하기로.

장도 하루 일찍 보러 다녀오다.

몇 군데 엮어서 다녀오면 반나절이 모자랄 때도 있는.

뭘 고쳐오기도 하고 그러니.

이번에는 오후에 나가

글집 파일을 보내고 인쇄해서 들여오는 것부터 먼저하고

서너 곳 들러 저녁 8시에 들어오다.

(“샘들이 와서 일을 돕는 가장 큰 거 하나는 한 끼 밥할 시간을 벌어주는 것.”

그래서 한 끼쯤은 샘들이 밥을 챙기는.

덕분에 저녁 밥 때를 끼고 장을 보고 오다.)

 

책방 한켠이 무너지고 있다.

이 낡은 건물들 곳곳을 그렇게 고쳐가며 살아온 곳이 한두 곳일까.

교육청도 협의가 필요할 테지.

어느 쪽에서 하는가부터 서로 따져야할 테지.

일단 이번 계자는 끝내고.

계자 동안 혹 아이들이 가까이 갈까 하여

안전선을 치다.

그 앞으로 소파들을 빼 두어 경계를 친.

 

소파를 수선하다.

2004년 이곳에 올 때 이미 낡았던 소파였으나

긴 시간을 잘 썼다.

몇 해 전부터 떨어지기 시작한 걸

천갈이를 해야지 하고는 또 날이 마냥 흐르고

여러 곳에 소문을 내며 소파를 바꾸는 곳들을 두루 둘러보기도.

얼마 전에 한 초등학교에서 제법 새 것 티가 나는 걸 구할 일이 있었으나

알고 보니 아직 보관해야 할 연한이 남아있어 무산된.

드디어 오늘 손보다.

어제 꼭 맞게 잘라졌다는 천이 바로 1인용 소파 4개를 감쌀 수 있는 이 천이었다.

한 시간여 들여 뚝딱 감싸다.

준한샘이 도왔네.

익숙하고, 그만큼 일이 되는 샘들이 들어오고,

든든한 밥바라지까지 미리 들어오니

이런 걸 챙길 여유가 다 생겼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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