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건조하지 않느냐길래

조회 수 865 추천 수 0 2003.10.17 01:04:00
사람들이 자주 물어옵니다.
문화생활로부터 너무 멀어서 건조하지 않냐구요.
무엇보다 서울로부터 멀어져서 그게 젤 아쉽지 않냐구요.
음...

또는 너무 단조롭지 않냐구요.
단조롭고 싶어 이리 사는데
정작 나날이 벌어지는 일들이 그렇지 못하게 하는 대해리네요.

문화생활요?
여기여서, 여기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도 그리 없지는 않습니다요.
지난 8월 26일에는 무주반딧불축제에 갔댔지요.
가도가도 고자리라는 고자리를 지나 도마령 800고지를 넘어
저 아래 구름이 걸렸데요,
길은 정말 구절양장에...
아, 그 너머 산 끝에 무주가 있더라니까요.
대장장이 아저씨 만나서 언제 학교에도 오십사하고
산싸리 인동초로 바구니 짜는 아줌마들한테선
밥 얻어먹고 엮는 법도 배울 사나흘짜리 배움허락도 받아두었지요.

8월 28일엔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 기념으로 열린
김천국제예술퍼포먼스페스티벌에도 다녀왔습니다.
한밤에 얼마나 신명들이 났던지...

같은 달 30일에는 자계예술촌에서 하는 연극도 보러갔지요.
연극이 끝난 뒤, 밥도 먹고 곡주도 받고.
보일러공사 끝내놓고 간다고
먼지로 덮힌 옷을 털고 세수하고들 서둘러 나섰습니다.
잘 모르겠어요,
그 기분을 어떻게 묘사해야 아실지,
일과 예술이 함께 하는 날을 오래 꿈꾸었고
이제 그렇게 살게 된 자들의 기쁨을...

9월 24일에는 직지사에서 한 산사음악회를 다녀왔지요.
산속에서 보낸 밤인데도
쌀쌀할 수 없었던 가을밤이었습니다.
김광석의 키타반주에 너나없이 넋을 잃더이다.
장사익샘도 뵙고 왔구요.

9월 26일은 영동 국악당에서 마당극 배비장전이 있었습니다.
마당극을 무대에서 하는 한계에다가
소란한 관객들이 걸리지 않은 건 아니었으나
그래도 푸지게 즐기다 왔지요.

그래요,
그러저러 삽니다.
건조하지 않게요.

그런데,
정작 더한 풍성함은
바로 대해리를 둘러친 하늘과 산과 들과 길들이 주는 것입니다.
여기, 온통 촉촉해요.
건조하다니요!



승아

2003.10.18 00:00:00
*.155.246.137

우와~~ 장사익씨 공연 저도 보고싶네요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물꼬를 다녀간 박상규님의 10일간의 기록 [5] 박상규 2003-12-23 124864
5858 [펌] 성적표에 동봉된 편지; Before you open the envelope with your score in it, we want you to read this first. image 물꼬 2016-02-01 5733
5857 정의당 노회찬 의원을 애도합니다 [2] 물꼬 2018-07-26 5719
5856 여름방학 네팔 빈민촌에서 사랑을 나누어주세요 :) 그린나래 해외봉사단 모집 imagemoviefile 생명누리 2012-06-14 5676
5855 [체험기] 식당 아르바이트 두 달 물꼬 2019-03-14 5644
5854 옥샘 안녕하세요^^ [3] 교원대 소연 2017-11-27 5549
5853 녹초가 된 몸으로 퇴근을 해도 직장인들은 꼭 뭔가를 한다.jpg image [1] 갈색병 2018-07-12 5489
5852 현대인에게 공포 image [1] 갈색병 2018-06-22 5437
5851 코로나 언제 끝날까요? [2] 필교 2020-05-15 5376
5850 우리의 상식과 다르지만 검색어가 말해주는 것 [1] 옥영경 2018-06-14 5308
5849 잘 마무리 했습니다. [7] 류옥하다 2019-08-09 5262
5848 3월 애육원 들공부 다녀왔지요. 김희정 2001-03-05 5232
5847 방청소가 오래 걸리는 이유.jpg image [1] 갈색병 2018-06-11 5192
5846 이제 되네~!!!!!!! [1] 다예~!! 2001-03-06 5129
5845 봄이 오는 대해리에서. [3] 연규 2017-04-12 5120
5844 안녕하세요^-^ 김소희 2001-03-02 5096
5843 Re..어엇~!!!??? 혜이니 2001-03-02 5051
5842 숨마 쿰 라우데, 그리고 수우미양가 [1] 물꼬 2018-05-18 5020
5841 <5월 섬모임>이중섭탄생100주년 기념전"이중섭은 죽었다" + "사피엔스" image [1] 아리 2016-05-03 4932
5840 잘도착했습니다. [1] 도영 2019-02-24 4931
5839 Zarabianie ydamem 2017-01-27 4906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