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집 그늘에 잠시 앉았다.

빨래를 돌리고, 이불빨래도. 아니면 거풍을 하거나.

돌담 앞으로 백일홍이 대단하다. 포기마다 풍성하게 폈다.

세상의 모든 벌레가 이 달골에 와서 와글거렸다.

벌레들 울음소리가 파도처럼 넘실넘실 밀려오고 또 밀려오는.

 

새벽 1, 마당을 걸었다.

, , 우리 아이들이 이 쏟아지는 별을 못 보고 갔고나.

! 별똥별 한 개 하늘을 가로지르다.

, , , 또 한 개가 다른 쪽에서, 다시 하나가...

별똥별 세 개가 그렇게 떨어졌다.

이런 풍경을 놓치고 갔구나.

(얘들아,)다시 와야지!

 

햇살 뜨거운 날이었다. 32.

그래도 가끔 구름에 가리기도 하고, 바람도 선들.

그리고 여기는 산이잖아, 숲이 있잖나.

그렇다고 따가운 기운이 어디 가지는 않는.

오후에는 책상 앞에 앉았다.

대야에 찬물을 담아 책상 아래 놓고 발을 담근 채 일을 했다.

계자 기록 중.

누리집에 기록은 다 올리고 각 가정과 계자 후 통화를 하는 걸로.

더러 아프기도 했던 아이들네서 서운하실라.

하지만 이제 엄마 그늘로 갔으니 그것만으로도 큰 치료일 거라 여기기로.

 

아직 기록을 하는 중이라 166 계자의 여운이 크기도.

아이고 어른이고 돌아들 가 한 2주는 여전히 물꼬계자의 연장이라고들 하더니

여기도 그러하다.

계자가 훑고 지나간 공간들을 정리하며,

물건들을 일상의 자리로 보내면서 여전히 계자 중인.

4년 승연의 말이 찡하다.

청소를 하면서 다음에는 어떤 친구들이 올까 하고 생각도 들고

뒷정리를 한다는 게 뭔가 뭉클하면서 이상했다.’(계자 갈무리글 가운데)

우리가 썼던 곳을 정리한다는 걸 넘어

우리가 왔을 때 우리를 위해 이곳에서 맞이청소를 해준 사람들처럼

다음에 이 공간을 쓸 누군가를 위해 우리도 마음을 내서 그리합시다!”

마지막날 먼지풀풀을 하기 직전 모다 앞에 앉혀놓고 전한 말,

세상에! 그 말을 그리 이해하다니,

열한 살 아이가 이런 감정을 느끼고, 그것을 또 글로 썼더라니.

이곳에서 한 아이를 여러 해 보는 건 복이라.

그의 성장사를 눈으로 보는 건 얼마나 경이인가.

(, 계자 기록에 썼던가, 이번 166계자는 또 특별했더라니!

아이들이 남자방 여자방을 하루 바꿔서 잤다.

여자방인 황토방을 서로 탐냈더라는.

나는... 그런 아이들이 정말, 정말 너무나 재밌다. 그것들, 참 신기한 것들이다!

우리 어른들도 그런 어린 날이 있었을...)

 

열이 높아 돌아간 수범이는 종합감기약을 먹고 잠이 들었다 했다.

현준이랑 두 아이를 데리고 기차를 타고 떠난 수진샘, 고생 많았을 시간...

그 어느 해보다 길었던 장마라, 그것도 비 유달리 많았던 장마,

때가 때라 수질성장염을 걱정했다.

밥바라지 1호기 정환샘도 그 어느 때보다 음식재료를 민감하게 점검했다.

그런데 지나고서야 내가 놓친 일을 깨달은.

마을 상수원 물탱크로부터 물을 공급 받는 물꼬,

비가 많으면 흙탕물이 나오기도 하는데,

, 정수기만 믿을 게 아니었는데,

물을 끓여 먹여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

...

 

이번학기(831일 종료) 제도학교 지원수업을 나가고 있던

특수학급 한 보호자의 전화가 들어오다.

계자 중이었으면 한참 하지 못할 응답이었을 것을 다행히.

손주를 홀로 키우는 할머니라.

별 해주는 것도 없는데 그래도 담임이라고 이러저러 연락을 해 오시는.

아마도 근무계약이 끝난 뒤에도 끈을 놓치 않고 챙길 아이.

다음 주 사흘 분교 근무 중에도

오전에는 동화로 두 아이의 언어치료를 돕고,

오후에는 상급학교 진학을 앞둔 아이에게 버스타기를 가르칠 계획.

 

한 시간 반의 상담이 늦게 있었다.

제도학교 일정과 비제도학교 일정을 잘 타고 흘렀던 이번 학기라.

다음 주 근무일과 주말의 경기권 강연과 내년에 출간할 책 기획모임,

그 다음 주 제도학교 마지막 근무,

그리고 831일자로 제도학교 지원수업을 끝내고 91일 귀환.

코로나19 아래서도 우리의 삶은, 날은 그리 흐른다.

어째도 아이들이 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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