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8.17.달날. 맑음

조회 수 390 추천 수 0 2020.08.30 11:55:32


 

오호, 34.

 

미처 읽지 못한 책 하나 오늘은 잠시라도 들여다볼까,

선 채로 책장 앞에 섰다가

꺼낸 건 또 익숙한 한 시집이었네.

뒤표지를 시처럼 읽었다.

새와 아내와 한 척의 배와 내 눈앞의 꽃과 낙엽과 작은 기로가 앓는 사람과 상여와

사랑과 맑은샘과 비릿한 저녁과 나무 의자와 아이와 계절과 목탁과 낮은 집은 내가

바깥서 가까스로 얻어온것들이다. 홀로 있는 시간이 이 결말을 생각하느니 슬픈

일이다. 낮과 밤과 새벽에 쓴 시도 그대들에게 얻어온것들이다. 본래 있던 곳을

잘 기억하고 있다. 궁극에는 돌려보내야 할 것이므로.‘

문태준의 시집<가재미>의 뒤표지 일부다.

내가 빌려온 것들로 한 생을 잘 살고 있다.

고마워라.

 

뜻밖의 휴일 하나가 더해지면서 숨을 좀 돌리네.

원래 오늘부터 나무날까지 나흘 동안 제도학교 분교에서의 방학 중 근무일이었더랬다.

계자를 끝낸 뒤끝 이틀은 정리하는데 쓰고 하루쯤은 쉬어주고 가면 좋겠는 거라.

왜냐면 그냥 근무일이 아니라

오전에는 특수학급에서 동화로 언어치료수업을 두 아이랑 하고,

오후에는 6학년 아이를 데리고 혼자 버스타기 연습을 돕고 도예공방에서 데려가야 할 일정.

저녁에는 또 그곳에서의 바느질모임을 잡았더랬다.

분교 근무일 15일을 동료 셋과 나눠서 일하기로 하였던 바,

다른 이들에게 내 하루를 가져가주십사 부탁했던 것.

그 쪽지를 보내고 바로 다음 날

엄지손가락을 치켜든 분교장이 나타났더랬네,

17일이 소비촉진을 위한 임시공휴일이 되었다고.

하하, 세상은 또 그렇게 물꼬를 도왔더라.

 

그런데, 그렇다고 정말 쉬어갈 하루는 아니라.

누구도 방문자가 없는 시간이라 밥노동으로부터 편안하니 그건 쉼이 되지만

두고서 며칠 비우면 마음에 걸릴 일들을 챙기다.

가바솥방 부엌장을 정리 중이었는데,

다는 못해도 두어 칸 더 하다.

문을 닫아두어도 쌓이는 먼지,

쓰다보면 어느새 흐트러지고 쌓이는 물건들이라.

교무실도 다는 못해도 얼마쯤을 하지.

책상 위 물건들은 두고 바닥 청소만이라도.

달골 기숙사 화장실 변기들을 닦고 문을 닫고,

어제 심은, 느티나무 동그라미 잔디에 물을 주다.

사이집 다락에 들어 계자 가방을 부리고,

내일부터 사흘 분교로 갈 짐을 꾸리다.

주말에 경기 쪽에서의 강연과 서울에서의 출판기획모임은,

다시 물꼬로 들어와 챙겨나가기로.

, 내일부터 사흘간 아이 하나 데리고 여기저기 다니자면

차도 청소를 좀 해야겠네.

낼 아침 좀 더 서둘러 먼지를 꼼꼼하게 털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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