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비. 소나기로 세 차례.

태풍이 또 올라온다고도 하고.

징한 올 여름의 비다.

우기라 할 만하다.

 

소나기와 소나기 사이 볕이 있을 적

기락샘과 함께 해우소에 코팅지 몇 개 붙이다.

제도학교에서 보낸 마지막 날, 물꼬에 있는 기계들이 시원찮음을 안 본교 특수학급샘이

잊지 않고 챙겨준 것들이라.

살짝 물기가 있는 걸레로 벽면을 먼저 닦고.

들머리 벽엔 앉아 오줌 누는 사람서서 오줌 누는 사람’.

들어서며 맞은 편 벽으로 여자 쪽과 남자 쪽도 옷걸이소지품글자를 붙이다.

맞은 편 벽면이야 나무라서 양면테이프로, 밖은 고래방에서 전선을 빼서 글루건으로 붙이다.

길지 않은 그 시간에도 다리에는 대 여섯 군데 우두두 물린 모기자국.

무슨 번개처럼 한 순간 다녀가는.

학교아저씨는 뒤란 물길을 정리하고 있었네.

옛 목공실 비닐하우스 창고는 새 단장을 하고 어찌나 말꿈해졌는지.

아직 문을 달지 못했고, 창문도 못 냈지만,

젊은 피부처럼 팽팽한 사방이라.

곧 걸맞게 창고 안도 정리에 들어가야 할세.

 

이른 저녁상을 물리고 습이들을 풀어 리드줄에 묶다.

학교 한 바퀴.

가습이는 된장집으로 오르는 계단을 뛰어올라가 사택으로 해서 한 바퀴 돌고 내려오다.

제습이는 쳐다만 보고 만다.

모험가 가습이고, 안전주의자 제습이다.

, 제 가고 싶은 대로 가려고 힘쓰던 제습이의 목줄이 그만 벗겨졌네.

고래방 뒤란 우물가로 달려가 버렸다.

제습아!”

얼마쯤 있다 돌아오리란 걸 알지.

기락샘이 가습이 줄을 내게 넘겨주고 제습이 쪽으로 가보다.

 

두 마리 가운데 하나를 달골로 올리자 하지만

지금 있는 전나무 아래가 여름을 나기에 최고의 자리.

마을 어르신들 몇 살아계실 적 꼭 학교나들이 와서 거기서 여름 한낮을 보내곤 하셨더랬다.

그러면 부침개를 부쳐 내거나 국수를 내거나 수박을 내거나 계란말이를 내거나

아님 가마솥방으로 불러들여 곡주 한 잔 드리기도.

그 어르신들이 세상을 다 떠난 세월을 물꼬가 살아가고 있다.

이젠 싸우지도 않는 둘이라, 혼자라면 너무 외롭지 않을까 싶어서도

당분간은 학교에 두기로 한다.

 

호박이 풍성한 여름 끝물.

호박부침도 내고, 크게 듬성듬성 썰어 서산 가면 먹던 게국지도 끓이고,

볶기도 하고, 된장찌개에도 넣고, 호박나물도.

철마다 올라오는 것들, 보약이 따로 있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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