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갰다.

태풍이 지나가고 휘저어졌던 대기가

흐린 물이 가라앉을 때처럼 조금씩 안정화되고 있었다.

이른 아침 해건지기.

음악을 틀고 난로에 불을 피우고

방석이며 천들을 털고 사람들을 맞았다.

전통수련, 대배 백배, 호흡명상,

그리고 아침뜨락으로 가서 걷기명상.

아고라에 들면서부터 허리 숙여 잔디 사이 하나씩 난 풀을 뽑기 시작했네.

미궁에 이르렀을 땐 정작 걸어서 고갱이로 들어가기보다 잔디 사이 보이는 풀을 뽑느라고

우리들의 걸음이 더뎠다.

 

가벼운 아침을 먹었지. 커피와 빵과 고구마단호박샐러드에 견과류를 뿌려.

책방을 어슬렁거리거나 쉬고 나니 다시 때 건질 때가 되었네.

낮밥으로는 김치볶음밥을 먹었다.

 

오후, 아침뜨락에 들었다.

옴자 일부에 심은 샤스타데이지가 풀에 묻혀 겨우 보이고 있었다.

한 시간 정도만 뽑고 일어서자던 일이었는데,

함박꽃 동그라미도 뽑고, 자주달개비 동그라미도 뽑아주다.

그 사이 나는 오메가의 풀을 뽑고 있었는데,

다 매고 돌아보니 세상에! 어느 틈에 옴자 한 부분의 장미동산 풀까지 다 맸더라.

뽑다 보니 장미가 보이더라고.”

일깨나 하는 어른들이라.

우리가 일 좀 하지!”

녹힌 인절미와 사과를 새참으로.

저녁밥상에는 조랭이떡국에 찐호박잎, 고구마줄기김치가 나왔다.

이거 정말 맛있다!”

하여 내일 아침 일은 정해져버렸네.

고구마줄기를 벗겨 김치를 담가 가시기로.

 

녹초가 되어서들 일찍 불이 꺼진 방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874 10월 빈들모임(10.22~24) 갈무리글 옥영경 2021-12-10 426
873 2021.10.25.달날. 맑음 옥영경 2021-12-15 306
872 2021.10.26.불날. 맑음 / 생의 어떤 순간이 우리를 후려치지만 옥영경 2021-12-15 313
871 2021.10.27.물날. 정오를 지나며 말개진 하늘 / 일상을 붙드는 일이 자주 쉽지 않다 옥영경 2021-12-15 331
870 2021.10.28.나무날. 맑음 / 앞으로 확 자빠져! 옥영경 2021-12-15 363
869 2021.10.29.쇠날. 맑음 / 지적장애 옥영경 2021-12-15 389
868 2021.10.30.흙날. 맑음 / 대왕참나무 한 그루 옥영경 2021-12-15 453
867 2021.10.31.해날. 맑음 / 지적담론은 어디로 갔나 옥영경 2021-12-15 381
866 그리고 2021.11. 1.달날. 흐리다 정오께 맑음 / 천천히 서둘러라; Festina Lente 옥영경 2021-12-15 403
865 2021.11. 2.불날. 맑음 / 그래서 MSG가 뭐? 옥영경 2021-12-15 394
864 2021.11. 3.물날. 맑음 / ‘무위는 존재의 뼈대이다’ 옥영경 2021-12-18 358
863 2021.11. 4.나무날. 맑음/ 내 감정의 책임은? 옥영경 2021-12-19 347
862 2021.11. 5.쇠날. 맑음 / 이곳에서의 애씀이 누군가를 구할 수 있게 한다면! 옥영경 2021-12-19 463
861 2021.11. 6.흙날. 맑음 / 기차의 모래주입구 옥영경 2021-12-20 692
860 2021.11. 7.해날. 맑음 옥영경 2021-12-20 342
859 2021.11. 8.달날. 비 / 집중상담 첫날 옥영경 2021-12-20 337
858 2021.11. 9.불날. 비 갠 오후 / 집중상담 이튿날 옥영경 2021-12-20 365
857 2021.11.10.물날. 이슬비 / 부모상담: 은둔형 외톨이 옥영경 2021-12-22 368
856 2021.11.11.나무날. 서울 맑음, 대해리 흐림 옥영경 2021-12-22 366
855 2021.11.12.쇠날. 비 근 오후 옥영경 2021-12-22 348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