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9.10.나무날. 흐림

조회 수 344 추천 수 0 2020.10.09 00:21:13


 

안개에 잠긴 아침의 멧골.

마을이 안개무덤을 빠져나오는데 한참 걸리다.

 

인근 도시로 넘어갔다. 이른 아침이었다.

학교아저씨도 동행했다.

한 고교에서 뒤란의 나무들과 꽃을 패 낸다는 소식을 들었다.

물꼬가 얼마쯤을 실어오기로 하다.

, 그런데 헛걸음이 되었네.

잘 키운 맥문동 꽃밭을 캐낸다 했는데,

알고 보니 거기 재단 쪽 직원 하나가 다 가져가기로 했다는.

향나무 둥치 셋만 실어왔다.

광나무 세 그루도 업어오기로 했는데

그건 우리 식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내일 굴삭기 들어와 작업할 때 패서 보내주기로.

아침뜨락 옴자 벽돌길 가로 심겨질 것이다.

너무 뻥 뚫려 있어서 여름에 그늘 자락 하나 딱 있으면 싶은 그곳에.

배추모종을 들여와 옴자에 꽃처럼 심었다.

실한 맥문동이 들어와 앉을 자리라고 가슴 부풀었던 거기.

 

저녁에 무범샘이 들어왔다.

오던 걸음으로 평상에 앉아

들고 온 먹을거리를 곡주와 함께 펼쳤다.

학교아저씨를 위해 치킨도 사왔네.

가마솥방으로 들어올 것 없이

저녁이 내리는 마당에서 모여들 앉았다.

반가움과 평화가 같이 앉았다.

어둑해서야 저녁을 먹으러 가마솥방으로 들었다.

준한샘도 아래 절집에 국화를 배달하고 물꼬에 들렀다.

전라도 어디를 간다는 무범샘은

집으로 돌아가는 해날 목수 하나와 다시 이곳에 걸음키로 했다.

물꼬에도 한 번 들린 적이 있던 목수다.

그가 일을 한다면 무범샘도 보조로 붙기로.

달골 사이집 현관 공사와 반구형 명상집에 대한 이야기다.

올 가을엔 일이 될 것인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5916 2021. 4.30.쇠날. 새벽 살짝 다녀간 비 옥영경 2021-05-27 347
5915 2021.11. 3.물날. 맑음 / ‘무위는 존재의 뼈대이다’ 옥영경 2021-12-18 347
5914 2022. 3.21.달날. 맑다 흐려지는 오후 / 2022학년도 여는 날 ‘첫걸음 예(禮)’ 옥영경 2022-04-20 347
5913 2022. 4.25.달날. 흐림 옥영경 2022-06-09 347
5912 2022.11.29.불날. 오후 비 옥영경 2022-12-24 347
5911 2023. 6.27.불날. 맑음 옥영경 2023-07-31 347
5910 2023.12. 4.달날. 옅은 해 / ‘삼거리집’ 옥영경 2023-12-13 347
5909 2020. 9.29.불날 ~ 10. 1.나무날. 절반 흐림, 약간 흐림, 살짝 흐림, 흐린 사흘 옥영경 2020-11-15 348
5908 2020.12.10.나무날. 맑음 / “맘만 가끔 물꼬에 가요...” 옥영경 2021-01-10 348
5907 2021. 6.13.해날. 맑음 옥영경 2021-07-07 348
5906 2021. 7. 3.흙날. 비 옥영경 2021-07-30 348
5905 2021.10.16.흙날. 비 /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옥영경 2021-12-09 348
5904 2021.11.14.해날. 가끔 생각난 듯 지나는 구름 / 지금은 엉터리가 아닌가? 옥영경 2021-12-22 348
5903 2021.12.18.흙날. 눈 옥영경 2022-01-08 348
5902 여름 청계 여는 날, 2023. 7.29.흙날. 소나기 한 때 옥영경 2023-08-05 348
5901 2020. 5. 2.흙날. 흐리다 빗방울 셋 떨어지는 저녁답 옥영경 2020-08-06 349
5900 2020. 8.26.물날. 비 옥영경 2020-09-17 349
5899 9월 예술명상 나흘째, 2020. 9.25.쇠날. 맑았다가 흐려가는 오후 옥영경 2020-11-12 349
5898 2020.11.20.쇠날. 살짝 살짝 해 / 밝은 불을 확신하지 말 것 옥영경 2020-12-23 349
5897 2021. 1. 2.흙날. 눈 사이 사이 해 옥영경 2021-01-19 349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