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9.13.해날. 갬

조회 수 411 추천 수 0 2020.10.10 00:53:11


 

아침에는 해가 나왔댔다. 고마웠다.

사람들이 들고나기 쉬우라 그러나 보다 싶었다.

그제부터 들어와 있던 유설샘네 다섯 식구며 주말에 들어와 있던 사람들을 보내고

달골에 올랐다.

엊그제 아침뜨락에 심은 세 그루 광나무와 같은 곳에서 나온 한 그루가 또 들어왔다.

다른 집으로 갔다가 그 쪽 형편과 맞지 않아 이곳으로 마저 온.

마침 걸음을 옮기며 만나는 광나무들을 지나 한 그루 더 있으면 좋겠다 싶은 곳에 심었다.

들어가면 보려던 일만 보고 나오는 물꼬 공간이 아닌.

간 김에 자 사이 풀을 긁다.

잔돌을 같이 긁어내다.

옴자의 눈썹모양 끝 쪽에 그 돌들을 모은다.

탑이 되거나 의자가 되거나 할.

들머리 계단 아래쪽을 두른 무궁화 둘레도 풀을 뽑아주었다.

  

그런 불안이 있어요.

잘 하고 있는 걸까, 혹시 내가 놓쳐서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지 못하는 건 아닐까...”

일곱 살과 초등 아이 둘을 키우는 엄마가 말했다.

난 당신네 가정 보면서 그런 생각 들던데-충분하구나 하는.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건강하고 평화로운 정서가 아닌가 싶어.”

이보다 더 무엇이 좋을 수 있을까 싶더라.

 

한 벗과 차를 마시면서 들먹인 어느 수련 프로그램 이야기가 있었다.

젊은 날 한 번쯤 가고팠으니 그때는 참가비가 비싸 망설였던.

그러다 세월 흘렀고, 이제는 어느새 이곳에서 수행일정을 진행하고 있네.

그래도 늘 아쉬움 있었다, 그곳에 대한.

벗을 보내고 책방에 앉아 잠시 그곳 자료를 검색해보았다.

그리고 벗에게 문자를 보냈네.

우리가 차 마시면서 나눈 이야기더라.

내 식으로 표현하면,(궁극적으로 그곳에서 구하고자 하는 것도)

충분하다”, “결국 사는 일이 제 마음 넓히는 일이더라.”

뭐 그렇군.

오늘 그곳 수련 참가비 60만원 벌었으이.’

그렇겠다. 우리가 마음공부 하는 목적이 무에 그리 다르겠는가.

그렇다면 그 길이 또 꼭 특정 어디를 가야만 얻는 것이겠는가.

물꼬에서 살아가는 일이 곧 수행이라.

그곳에서 얻는 것 또한 평화일지라.

예서 넘칠 만큼 하고 사는 일이 그거 얻자고 하는 일 아닌가.

그러니 굳이 또 가긴 어딜 갈라고.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5634 2019.12.13.쇠날. 흐림 옥영경 2020-01-14 440
5633 2020. 3. 2.달날. 맑음 옥영경 2020-04-07 440
5632 2021. 9.10.쇠날. 흐림 / 사이집 덧붙이 공사 시작 옥영경 2021-10-28 440
5631 2021.11.22.달날. 먹구름과 해와 비와 우박과 바람 옥영경 2021-12-24 440
5630 2022. 9.14.물날. 흐림 옥영경 2022-10-01 440
5629 2024. 1. 1.달날. 흐림 옥영경 2024-01-08 440
5628 2024. 1.27.흙날. 흐림 / 과거를 바꾸는 법 옥영경 2024-02-08 440
5627 2024. 4. 5.쇠날. 맑음 옥영경 2024-04-23 440
5626 2020. 8. 7.쇠날. 채찍비, 작달비, 장대비 옥영경 2020-08-13 441
5625 2020.10. 4.해날. 어둑하다 비 몇 방울 다녀간 오후 / 4주간 위탁교육 여는 날 옥영경 2020-11-15 441
5624 2021. 6. 9.물날. 맑음 / 설악 소공원-비선대-마등령-나한봉-1275봉-나한봉-공룡능선-무너미고개-천불동계곡 옥영경 2021-07-07 441
5623 10월 빈들모임(10.22~24) 갈무리글 옥영경 2021-12-10 441
5622 2022. 4.21.나무날. 흐림 옥영경 2022-06-04 441
5621 2022. 5. 5.나무날. 맑음 / 동학유적지 정읍 옥영경 2022-06-14 441
5620 2023.12.25.달날. 눈 멎은 아침 옥영경 2024-01-07 441
5619 2024. 3.21.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4-04-10 441
5618 7학년 예술명상(9.22) 갈무리글 옥영경 2020-10-20 442
5617 2020.11. 5.나무날. 맑음 / 그대에게 옥영경 2020-12-03 442
5616 2020.11.23.달날. 맑음 / 논두렁 명단 정리 옥영경 2020-12-23 442
5615 2021. 9.30.나무날. 맑음 / 설악에 깃들다·1 옥영경 2021-11-24 442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