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 나흘 아이들이 들어와서 예술명상 수업을 하는 마지막 날.

물꼬 투어로 시작해 차명상 걷기명상 춤명상이 함께하는 일정.

수행으로 아침을 열고

한 사람은 아침뜨락 밥못을 치고, 다른 하나는 창고동 난로에 불을 피우고

학교에 내려서다.

 

날이 퍽 쌀쌀한 나흘이었고, 오늘은 더 했다.

소영이가 반바지를 입고 왔다. 이런!

긴바지부터 하나 챙겨 입히다.

누구든 어떤 복장으로 와도 해결되는 물꼬 옷방이라.

현숙샘이 다시 아이들과 동행했다.

석면제거공사를 끝내고 이사를 하느라 부산한 시간들이라고.

했던 일정을 그대로 따르는 거라 동행한 교사가 혹 지루하지 않을까 싶더니

한 발 더 가까이 물꼬 속으로 와서 마음 좋다셨다.

장애학생 도움샘도 함께하셨다.

 

말없고 어둡고 우울하다 소문 들었다, 이번 9학년들 전체분위기가.

웬걸!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또 달라지는 아이들이라.

웃음이 자글거렸고, 반응이 빨랐고, 언어도 풍성했다. 그들이 남긴 갈무리글도.

괜히 3학년이 아니다, 그런 말이 절로 나온.

뭐가 나아도 나은 형님들이라.

이러니 자유학기제는 7학년 한 학기로 끝날 게 아니라

9학년 뒤 일 년은 잡아야지 않을까 새삼 또 생각하게 되데.

 

안내모임 뒤 이름표를 달고, 물꼬 한 바퀴 돌고 걸어 달골 오르고,

아침뜨락에서 창고동으로 옮아갔다.

찻자리에서 물었다, 어떤 삶들을 꿈꾸냐고.

그런 말을 할 기회들이 없었다지.

준비한 양 아이들이 제 이야기를 넘치게 했다.

또 물었다,

나는 무엇으로 사는가, 무엇이 나를 살게 하는가 하고.

가족들이 나왔고, 친구가, 그리고 자신의 관심사들이 나왔다.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쉬 자신들을 꺼내 놔 고마웠다.

따뜻한 자리였다.

 

일주일 내내 체험학습주간이었다지.

그런데 물꼬 밥이 제일 맛있다고들. 고마운.

점주샘이 밥바라지를 했다. 고마운.

9학년 아이들이 제일 빛나더라고 할 만하다.

장애를 안은 한 친구도 얼마나 잘 안아내던지.

그 학교가 새삼 더 훌륭해보였던.

 

오늘은 마지막 일정이라고 학교 공간부터 정리하고 달골까지 이어 청소를 한 뒤

다시 학교로 내려와 저녁 밥상 앞.

점주샘이 일정에 합류할 때면

사람들을 보내고 뒤에 혼자 남아 청소하는 흐름과 달리

내친 김에 같이 손발 움직이고 쉬면 된다.

기락샘이 점주샘을 보며 자주 하는 말,

친구 잘못 만나 고생하십니다.

나는 친구 잘 만나 호강하고.

 

빛나는 아이들과 빛나는 밥바라지가 있었다. 가을빛이다.

그리고 평화로운 밤이다.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면 어떤 밤이든 그렇지 않을까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516 97 계자 첫날, 8월 9일 달날 옥영경 2004-08-11 2050
6515 126 계자 나흗날, 2008. 8. 6.물날. 맑음 옥영경 2008-08-24 2046
6514 3월 8일 불날 맑음, 굴참나무 숲에서 온다는 아이들 옥영경 2005-03-10 2046
6513 2월 9-10일 옥영경 2004-02-12 2044
6512 3월 15일주, 꽃밭 단장 옥영경 2004-03-24 2042
6511 3월 30일, 꽃상여 나가던 날 옥영경 2004-04-03 2037
6510 작은누리, 모래실배움터; 3월 10-11일 옥영경 2004-03-14 2037
6509 99 계자 이틀째, 10월 30일 흙날 맑음 옥영경 2004-10-31 2036
6508 계자 둘쨋날 1월 6일 옥영경 2004-01-07 2035
6507 돌탑 오르기 시작하다, 3월 22일 달날부터 옥영경 2004-03-24 2034
6506 계자 세쨋날 1월 7일 옥영경 2004-01-08 2034
6505 98 계자 이틀째, 8월 17일 불날 비 오락가락 옥영경 2004-08-18 2031
6504 5월 4일, KBS 2TV 현장르포 제3지대 옥영경 2004-05-07 2029
6503 111계자 이틀째, 2006.8.1.불날. 계속 솟는 기온 옥영경 2006-08-02 2027
6502 계자 네쨋날 1월 8일 옥영경 2004-01-09 2020
6501 시카고에서 여쭙는 안부 옥영경 2007-07-19 2018
6500 4월 1일 연극 강연 가다 옥영경 2004-04-03 2015
6499 128 계자 닫는 날, 2009. 1. 2.쇠날. 맑음. 맑음 / 아이들 갈무리글 옥영경 2009-01-08 2010
6498 8월 1-4일, 배혜선님 머물다 옥영경 2004-08-09 2008
6497 129 계자 이튿날, 2009. 1. 5. 달날. 꾸물럭 옥영경 2009-01-09 2004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