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좋았다. 가을하늘이라 할만 했다.

대전역에서 출판사 사람들과 만났다.

역에서 밥을 먹었다.

찻집이 한 자리 건너씩 앉게 아예 의자에 가위표가 되어 있었다.

역을 빠져나와 자리를 잡았다.

이야기는 여러 달 전부터 오갔고,

거친 상태지만 진즉에 출판사로부터 기획서가 왔으며,

몇 차례의 만남이 메일과 문자로 대신 되었다.

코로나19는 그렇게 우리 삶을 드리웠더랬다.

출판사에서는 좋은 조건으로 이미 계약서를 들고 왔다.

도장을 찍었다.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던, 이번 새 책을 같이 작업하게 될 아들(이번 책에 대해 미리 생각도 좀 해서 나온)

인세를 물꼬로 몰아주기로 했다.

내리 다섯 권을 내리라던 계획에서 세 번째 책이 될 것이다.

그 세 권을 다 대전역에서 계약했네.

출판사는 코로나19 아래 교육의 나아갈 바에 대해서도 내게 책을 의뢰했었다.

다음 달에 바로 계약하자는.

글빚이 얼마나 무서운지 안다.

계약서에 도장만 찍을 일이 아니다.

일단 다음 달에 논의키로 미룬다.

일단은 위탁교육에 집중해야 할 때.

 

해건지기를 하고 아이들과 아침을 먹고 달골을 나섰다.

기락샘이 영동역에 부려주었고, 기차를 타고 다녀왔다.

다시 읍내로 돌아와 기락샘을 만나 장을 보고 들어왔네.

한 주쯤 물꼬에만 있으면 바깥음식들이 그립다지.

아이들을 위해 치킨을 사서 들어왔다.

아이들은 달골에서 오전에 주말 쉼이라고 저마다 제 하고픈대로 시간을 쓰고

오후에는 책방에서 교과학습을 했다.

점심으로 내놓은 카레를 세 그릇씩 비웠더라고.

 

가습이와 제습이에게 기락샘이 개 껌이란 걸 사다주었다.

습이들 앞에 던져주니

제습이는 겁 먹고 뒤로 물러나 있고,

가습이는 성질 박박 내면서 그걸 물어뜯고 있는.

딱 제 성격들을 잘 드러내준 장면이었다.

 

달골 다리 보수공사 사흘째.

저녁에 걸어 올랐다. 내일은 차로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실타래 두 번째 시간이었다; 집중상담

제 삶의 변곡점을 찾아 기록하는 아리랑 곡선도 그리고

그 사건이 내 삶의 무엇이었던가 살폈다.

자신의 성격을 규정해보기도 하고.

학교에서도 이런 걸 하면 좋겠다는 아이들.

아무렴, 했을 게다. 그런데 어떤 활동을 어디서 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다가갔을.

 

실타래. 주마다 물날과 흙날 저녁 90분간 이어지는 집중상담.

자신의 일상 점검하기, 자신의 행동을 통해 자신 알기.

학교에서도 이런 시간들이 있으면 좋겠다는 말을 아이들은 또 했다.

우리는 언제나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다.

그건 또한 막연히 불안한 미래를 향해 자신이 어딨고 어디로 향할 것인지 이정표를 그리는 계기이기도.


그리고 갈무리.

이곳에서는 삶에 밀도가 있다지.

이번 이 경험치가 한 달이나 된다면 자신에게 얼마다 큰 도움이 될까 설렌다고.

생각의 깊이가 깊숙이 골짜기를 이루는 느낌이라고. 일하면서도 마찬가지라고.

 

아침: 건더기를 건져놓았던 수제비

낮밥: 카레와 미소된장국

저녁: 잡곡밥과 콩나물두부국, 고기볶음, 고구마줄기, 감자볶음, 어묵무침, 오징어젓갈, 치킨도. 그리고 참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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