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탁교육 2주차.

아침 해건지기.

창고동에서 하던 수행을 햇발동에서 한다.

별방 문을 열고 거실과 연결해서.

창고동으로 들어가는 아침은 쌀쌀했으나 머리는 금세 맑아졌더라지.

우리는 거실 창문을 열고 찬기운을 들였다.

 

같이 있다 팥쥐를 보내고 난자리가 크겠다 싶었더니

콩쥐는 그렇지도 않아요.” 한다.

하기야 팥쥐는 학교의 온라인수업을 아침 8시부터 낮 4시까지 들었던.

우리는 지난 한주동안 만들어놓았던 흐름이 있어

자연스레 아침밥상을 물리고 아침뜨락을 걷고 밭으로.

어떤 주제를 가지고 오래 이야기가 오가기도 하고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해석하기도 하고

때로 수행에 다름 아니도록 그저 호미질에 집중하고.

깊은 산속에서 함께 노동하는 즐거움이라.

 

1130분이면 일을 마치고 먼저 차로 내려와 낮밥을 차리던 지난 주였다.

오늘부터는 콩쥐와 둘이 같이 일을 마치고 같이 학교로.

낮밥을 준비하는 동안 책방에서 콩쥐는 쉬는 걸로.

학교 아저씨는 어제 흙집 뒤란에 정화조를 묻은 둘레의 흩어진 돌을 치우고 있었다.

 

211학년 아이는 교과학습을 시작하고,

습이들 산책을 시키고(오늘은 둘이 엉겨 싸웠더라),

부엌 일을 하고,

교무실로 건너갔다. 통화를 해야 할 일들도 이때 몰아서.

16:45 오후 를 보낸 시간에 대한 갈무리를 하고,

 

부엌에서 저녁밥상을 준비하는 동안 찬거리 마련을 도우는 아이,

오늘은 호두를 깠다.

저녁 밥상을 물린 풍경은 이랬다; 아이는 설거지를 하고,

학교아저씨는 식탁아래를 쓸고, 나는 가마솥방 구석들을 걸레질 하고.

 

오늘은 읽기와 쓰기의 의미를 다루다.

그리고 거실에서 각자 책을 들고 앉은 밤.

두보의 시를 나누기도 하였네.

두보는 곡강 이수(曲江 二首)의 첫 수를 이렇게 시작했다.

一片花飛 減却春 일편화비 감각춘

風飄萬點 正愁人 풍표만점 정수인

꽃 한 조각 떨어져도 봄빛이 줄거늘

수만 꽃잎 흩날리는 슬픔 어이 견디리.


이렇게도 번역을 하더라;

한 조각 떨어지는 꽃잎에도 봄은 줄어드는데

만점 꽃잎이 바람에 날리니 참으로 시름에 잠기네.

 

좋아하는 번역은 이것이었다;

한 조각 꽃잎이 져도 봄빛이 깎이나니

바람 불어 만 조각 흩어지니 시름 어이 견디리

 

대체로 이러한 글은 사람의 솜씨라고 말하기 어렵지만

산화하는 꽃과 시간을 견디지 못해하는 슬픔으로 보아

사람의 소행임은 틀림없다.

김훈 선생이 말했더랬다.

<책은 도끼다> 어디쯤에서였던가.

 

아침: 카스테라와 모카빵과 우유

낮밥: 야채죽

저녁: 고구마밥과 감자국, 호박볶음, 고추장게장, 사과호두샐러드, 떡튀김, 줄기김치, 그리고 물꼬 요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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