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무럭한 하늘, 그래서, 화창하지 않아서 일하기 맞춤한.

해가 쨍하지 않으면 않은 대로 이렇게 반가운 날이 또 있는.

추풍령으로 들일 품앗이를 갔다.

자주 물꼬 일을 도우는 이의 들이었으니

결국 우리는 물꼬 일을 하러 떠난 셈.

당연히 11학년 아이도 함께 갔다.

위탁교육을 시작하던 때부터 4주 일정 가운데 하루쯤은

다른 현장으로 가서 몸을 쓸 것이라 일렀던.

누구의 일이건 일이 필요한 곳에 가서 나를 쓰는.

07시가 좀 지나 마을을 뒤로 하고 나서다.

일을 하면 일이 되도록 해야지.

오늘 우리는 그러했을까...

저녁에는 대처 식구를 황간역에서 실어도 오고,

장도 보고 들어왔다.

 

지난학기 제도학교 지원수업을 갔을 적

특수학급 6학년 한 아이의 배치문제로 마지막까지 속을 좀 끓였다.
일정이 끝났던 831일을 지나 91일 아침에도 그 학교로 달려가

본교와 분교 특수샘들과 머리를 맞대기도.

아이가 통학하기에 불편한 학교로 배정이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이 몇 있었고,

관할 특수교육지원센터에 이의신청을 했던.

마침내 오늘 원하던 곳으로 배치가 되었다는 소식!

글자라고는 이름 석 자 밖에 모르는 할머니랑 사는 아이였더랬다.

91일 그 댁에 가서

할머니로부터 보호자대리인으로 위임장도 받아놨더랬다,

831일까지는 담임 자격이었지만

이후 담당기관과 원활하게 혹은 공식적으로 싸우기(?) 위해.

고맙다.

오늘 한동이 중학교 배치 축하연인 걸!”

밥을 먹으며 물잔을 축배처럼 들었더라.

고맙다, 고맙다!


호흡명상만 하고

오늘은 책을 펴지 않았다.

저녁마다 책을 한 시간 읽고 있는 우리의 일정.

아이는, 책이라고는 거의 읽지 않아 왔더라지.

그것만 해도, 그러니까 읽는 행위만 해도 좋을 시간.

그것이 자신의 삶을 건드리는 날도 오리.

권하는 책도 읽고, 제 관심이 가는 책도 찾아 쥐고.

지금은 문학서 하나를 읽는 중.

고단했고,

일을 얼마나 했건 종일 바깥에서 움직이는 일이 쉽잖았을 거라.

오늘은 쉬기, 내일도 늦은 아침일 만하리.

일단 어여 씻고 푹 잘 자기.

 

아침: 꼬마김밥과 주스

낮밥: 보리밥정식

저녁: 흰밥과 코다리찜, 미역냉국, 꼬시래기무침, 달걀찜, 연근조림, 배추김치, 그리고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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