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뜨락에서 괭이질을 하다가 담에 결렸다.

해건지기를 시작하며 천천히 몸을 풀어본다. 으윽!

대배도 다 하지 못한다.

대신 호흡명상을 길게 하다.

11학년 아이랑 오전 움직임에 대해 논의하다.

하루 절반은 몸으로오후에는 머리로 하는 공부라.

저가 간다 해도 아이만 밭으로 보내서야...

무슨 대단한 노작을 한다고...

햇발동 거실에서 같이 책을 읽기로 한다,

나는 물주머니로 찜질을 하면서.

 

이번 주 물날과 나무날 이틀은 한 제도학교에서 전교생 대상으로

장애이해교육 및 인권교육, 예술명상 특강을 한다.

위탁교육 기간이면 멧골을 나갈 일이 거의 없으나

진즉에 잡혔던 일정이라.

한 달 내내 갈 일정을 사흘로 몰았다가 다시 이틀로 집약한.

위탁 아이에게 혹 버려지는 또는 소홀해지는 시간이 되지 않도록

이틀에 대한 움직임을 여러 차례 세밀하게 일러왔더라지.

선생님이 멀리 있어도 에너지를 느껴요.”

아주 어린 아이도 아니고, 보름을 넘게 이곳에서 보내온 흐름도 있고,

아이의 말까지 더해 그리 걱정이야 아니 되지만

아이에게 집중한 시간을 덜어내졌다는 미안함이 오늘은 누그러졌더랬네.

 

낮밥을 물리고 아이는 책방에서 교과학습을 하고.

학교의 흙집 내부 창고가 여자 쪽과 남자 쪽 양쪽으로 양변기가 들어서게 되니

그곳에 있던, 나온 짐들 자리를 잡아주어야.

학교아저씨는 뒤란 창고로 그것들을 보내고 있었다.

 

오래전이다. 대안교육백서라고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온 책이 있었다.

1997~2007까지의 대안교육 역사였다.

받아놓고 꽂아만 둔 채 긴 시간이 흘렀다.

오늘 교무실을 정리하다가 잠시 들췄네.

 

p.37 ‘. 대안교육 맹아기: 그 두 번째 이야기 가운데서

앞에서 이야기한 것들이 대안교육의 좀 먼 뿌리하면 보다 직접적이고 가까운 뿌리로 제일 먼저 이야기할 수 있는 게 1980년대 중반 아이들에게 생태적 삶을 체험시키고, 건강한 청소년 문화를 기르기 위해서 시도된 다양한 캠프들이다. 방과후학교나 주말학교, 혹은 방학을 이용한 계절학교 들이 주요한 형식이었다. 1984년 결성된 또 하나의 문화운동, 1985년에 생긴 자유학교 물꼬등이 그 효시다.

 

오류가 있었다. 물꼬는 1989년을 그 시작으로 한다.

하지만 그 앞서 빈민지역에서 행한 활동까지 포함하더라도 1987년이면 모를까

1985년은 무리다.

 

(앞의 p.37에 이어)

이런 실험들은(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학교를 제외하고는) 전일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분명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고, 돌이켜 생각해 보면 장차 생겨날 대안학교를 위한 일종의 과도기적 실험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자유학교 물꼬민들레학교’. ‘숲속마을작은학교는 자연스럽게 전일제 대안학교로 탈바꿈을 하게 된다.

 

p.39 ‘. 대안학교 설립기가운데서

19952월 대전 유성에서 모인 새로운 학교를 만드는 사람들의 모임이 그 첫 삽을 떴다. 물론 이 모임에 참여한 이들 중 이미 대안학교를 시작한 이들도 있었다. 앞의 절에서 대안교육 맹아기를 다루면서 이야기했다시피 창조학교(1992), 대구의 민들레(1993). 자유학교 물꼬(1993), 유아 대상의 꾸러기학교(1992) 등은 비록 전일제 학교는 아니었지만, 방과 후, 주말, 계절학교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교육적 실험을 하고 있었다.

 

그 모임에는 물꼬도 있었다. 당시 자유학교를 준비하는 모임 물꼬였던 열린 글 나눔 삶 터라는 이름이었다

여기서 1993년은 물꼬가 방과후 학교와 주말학교를 활발하게 하고 있던 시기이며, 계절학교는 1994년 여름에 첫 회가 있었다.

 

p.166 ‘다 현황가운데서

<-2-03-2> 2006 전국 초등 대안학교 현황

에서 자유학교 물꼬는 2004년 설립연도로 나와 있다.

 

p.214

19952월 대전시 유성에서 새로운 교육실험을 하고 있거나 준비 중인 활동가들이 모였다. 온라인에서의 소통은 물론 오프라인 네트워크도 활성화되지 않았던 시절이었지만 전국에 흩어져 있는 17개의 풀뿌리 단체에서 마흔일곱 명이 참가했다. 대구의 민들레만들래, 성남의 창조학교, 서울의 열린글나눔삶터 등 여러 단체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만나 새로운 학교와 새로운 교육에 대한 열망과 꿈을 나누었다.

 

이때의 열린글나눔삶터가 바로 자유학교 물꼬의 전신이다.

 

p.263 ‘마 대안학교를 떠나는 아이들가운데서

2005년 말에는 세 학교에서 집단 자퇴 현상이 일어났다. 춘천 전인학교(미인가 중학교와 특성화고등학교)에서는 27명이 한꺼번에 학교를 나왔고, 영동의 자유학교 물꼬에서는 9가구 중 8가구가, 강화의 마리학교에서는 신입생 13명 중 6명이 학교를 나왔다.

 

p.265

마리학교의 사례는 사실 다른 대안학교의 사례와 크게 다르지 않다. 대안학교들도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위의 세 학교 경우는 그런 문제가 더 부각된 경우들이다. 공통점을 찾는다면 다른 학교들보다도 이념이 더 거창한 학교들이라는 점이다. 학교를 선택할 때 그 이념에 충분히 동의한다 하더라도 실제 학교생활은 또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생활과 교육 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인해보는 수밖에 없다.

 

그 거창하다는 이념 가운데 물꼬의 이념은 지금도 이러하다;

스스로를 살려 섬기고 나누는 소박한 삶, 그리고 저 광활한 우주로 솟구쳐 오르는 나!

여전히 의미 있음이라.

진리라거나 자유라거나 정의 같은, 흔히 학교 이념들에서 볼 수 있는 그런 낱말들이야말로 

거창한 게 아닌지.

 

2005년의 일이었다. 2020년 나는 아직 그때를 말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학교를 꾸리고 있다.

아이들의 학교였던 물꼬는 아이들의 학교이자 어른의 학교로,

학적을 둔 상설학교를 하지 않는 대신

학적은 다른 곳에 두고 물꼬에 단기간 머무는 상설과정이 있다.

위탁을 비롯 주말학교 계절학교...

과거와 큰 차이라면

예전엔 제도학교에 반대하며 시작한 학교였다면

지금은 제도학교에서 다루지 못하거나 손이 채 다 미치지 못하는 부분을

보완하고 지원한다고나 할까.

물꼬의 발자취를 기록하고 내보이는데 그리 아쉬움은 없으나

그 세월 함께 땀 흘렸던 동지들,

이루 말할 수 없이 열악한 이 공간으로 와서 뜨거운 시간을 보낸

아름다운 젊은이들과 새끼일꾼에 대한 기록은 언제 꼭 해야지 한다.

그들 애씀에 대해 무엇 하나 준 게 없는 물꼬였으니.

 

아침: 고구마와 토스트와 잼과 우유

낮밥: 함흥국수

저녁: 밤밥과 두부탕, 코다리조림, 고추장게장, 호박고지볶음, 쥐치포볶음, 참치묵은지볶음, 고구마샐러드, 그리고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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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탁교육 2주차 갈무리글.

늘처럼 맞춤법이 틀리더라도 고치지 않았으며,

띄어쓰기도 가능한 한 원문대로 옮김(그게 아니라면 한글 프로그램이 잡아주었거나).

다만 의미 전달이 어려운 경우엔 고치고띄워줌.

괄호 안에 ‘*’표시가 있는 것은 옮긴이가 주()를 단 것.

 

11년 남학생:

이번주도 생각보다 되게 빨리 지나갔다. 아마 금요일에 하루종일 밖에서 있다 와서 그런 것 같다. 그리고 ○○이가 가고 첫째주였는데 사실 저번주에 혼자 남는 것에 대한 걱정이 없지않아 있었지만 막상 지내보니 살만했다. 오히려 더 좋았던 것 같기도 하다. 혼자 지내기에 얻는 것들이 더 많았다.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었고 설거지도 신기하게 두명이서 하던 것보다 속도가 더 빨라졌다. (...) 월요일에는 정말 날씨가 오락가락했다. 그리고 월요일부턴 아침 해건지기를 내 옆 별방에서 하게 됬는데 확실히 추운 창고동보다는 나은 것 같다. 그래도 똑같이 힘들긴 하지만 점점 늘고 있기도 하고 추운것보단 훨씬 나았다. 화요일에는 돌을 날랐는데 진짜 지금까지 했던 일 중 제일 힘이 들었다. 왜냐하면 돌의 무게가 생각보다 너무 무거웠고 조금만 쌓여도 들기 힘들정도가 되기 때문에 참 힘들었다. 그리고 풀메기도 같이 했다. 오후엔 노트북으로 리스닝도 하고 공부도 하면서 보내다 이날부터 또 고구마줄기를 깠다. 그런데 생각보다 거부감없이 술술 깠다. 아마 하도 많이 하다보니 손에 익은 것 같다. 이날 쌤이랑 이야기도 좀 나눴는데 물꼬가 정말 어떤 힘에 의해 돌아가고 쌤도 이 힘든곳에서 살수 있는지 제대로 알아갔다. 수요일 목요일은 정말 평범하게 흘러갔고 금요일엔 아침부터 밖에 나무 물주머니 다는 일을 했다. 하나 하나 하는 게 금방 끝내기 쉬운게 아니여서 조금 힘들었지만 생각보다 3명이서 많이 끝냈다. 정말 뿌듯하고 한편으로는 미안하기도 했다. 이번주는 되게 여기 삶에 잘 적응했던 주인 것 같다. 아예 여기 생활이 몸에 밴 것 같다. 집에서도 이젠 부지런히 살아야겠다.

일요일엔 엄마가 왔다. 엄마가 오면 지금껏 그래왔듯이 많이 반갑고 편안해지고? 그럴줄알았는데 이상하게도 반갑긴 했지만 엄마가 왔다고 가슴 벅차거나 설레거나 그런 감정은 들지않고 뭔가 그냥 엄마가 왔구나 이런 생각만 들었다. 아마 이젠 엄마에 대한 소속감이나 더 이상 엄마가 내 보호자라고 인식이 안드는 것 같다. 내 인격이 이젠 독립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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