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며 하품을 하고 고인 눈물을 훔쳤다.

멧골의 이른 저녁이었다.

오늘 햇발동 거실에서 책을 읽는 우리들의 풍경이었다.

딱 고맘 때 잠잠이가 어슬렁거리는, 바깥은 벌써 짙은 어둠 속이라.

 

아침수행 뒤 밥을 먹고, 밭을 팼다.

농기구 컨테이너 앞을 갈라치면

꼭 발이 푹 빠져 걸음이 흔들리는 지점이 있다.

잔디를 따로 심은 건 아니었으나 어느 때부터 자리를 잡았던 곳인데

그 한가운데가 움푹 패여 있었던.

저기 흙을 좀 채워야지, 그러고도 계절이 바뀌기 여러 차례.

오늘 11학년 아이와 했다.

잔디를 걷어내고, 창고동 뒤란 언덕에서 흙을 실어오고

채우고 잔디 다시 깔고 밟고 물주고.

마음 한 번 내기가 그리 어려운 일이었던.

내고 나면 어찌 다 되는데.

그런데, ... 조금 더 솟게 해야 했는데,

흙이 다져지며 좀 꺼질 텐데,

실어오는 거 한 번 덜하겠단 게으름이 그만...

뭐 그런대로 또 살겠지만.

, 어제부터 낮밥 설거지에서 아이를 뺐다.

마지막 한 주는 조금 더 여유 있게 시간 흐름을 가지라고.

노동이라고 집안일조차 해볼 일이 없는 요새 아이들,

이곳에서 적지 않은 강도와 빈도의 일들이었다.

아이는 그걸 다 해내고 오늘에 이르렀던.

기특하고 고맙다.

실제 도움도 컸던.

일을 하자면 일이 되도록 해야지, 아암!

그리고, 내게 너무나 훌륭한 동지였나니.

 

힘들게는 안 하신다. 학교아저씨의 일법은 그렇다.

그게 당신이 여기서 오래 일 해가는 방법인.

한 가지 일을 오래 하지 않는다.

짤끔짤끔.

정화조 배관, 언덕 아래는 하얀샘이 일을 했더랬고,

평지는 10m도 채 안 되는.

그걸 묻는 일에 닷새를 보내셨다.

가끔 답답해라 할 때가 있는데,

아차! 욕심이라.

여기서 연탄 갈고, 개밥 주고, 운동장 풀만 관리해도 역할로 충분할지라.

갈수록 품앗이샘들 고생을 덜 시키려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와서 잠깐 손만 거들어도 큰 도움이라.

몸 쓸 일이라고 없을 그들에게 아주 낯선 일일 이곳의 노동이

두려운 일이 아니도록 살피고, 그래서 사람들이 오기 전 미리 좀 많이 움직여놓기,

그렇지만 노동의 기쁨을 느낄 정도는 되도록 일감 두기로.

이 열악한 곳에서 오랫동안 품앗이샘들이 너무 고생했더랬다.

두어 해 전부터는 이제 좀 덜어주고파 한다.

 

오후에 이웃 시에서 사람이 다녀갔다.

차를 계약했다.

대처 식구들이 미리 결정을 했고,

나는 내 눈 앞에 차가 와서 운전할 수 있으면 된다 했더랬다.

물꼬 재정으로는 어림없으니

기락샘이 사주기로 한 차다.

적지 않은 그의 후원이 물꼬 살림에 절대적이다.

그런데 새해나 되어야 차가 나올 수 있다지.

지금 쓰는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이 냉각수가 새고 엔진도 심하게 떨리는데,

겨울계자 전에는 오면 좋겠다는 바람이라.

계자에서 응급상황을 위해 대기해야 할 차.

 

아침: 샌드위치와 우유와 귤

낮밥: 된장죽

저녁: 잡곡밥과 김치찜, 고기볶음, 김치전, 코다리찜, 어묵볶음, 고구마줄기김치, 그리고 물꼬 요플레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874 8학년 B반 예술명상(9.24) 갈무리글 옥영경 2020-11-12 387
873 2021.12.19.해날. 갬 옥영경 2022-01-08 386
872 ‘2020 물꼬 연어의 날; Homecoming Day(6.27~28) 갈무리글 옥영경 2020-08-13 386
871 2024. 3.14.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4-04-02 385
870 2023.11.29.물날. 맑음 옥영경 2023-12-12 385
869 2022.12.31.흙날. 흐림 옥영경 2023-01-08 385
868 2022. 3.29.불날. 맑음 / 좋은 책에 대해 생각하다 옥영경 2022-04-25 385
867 2021. 8.15.해날. 갬 옥영경 2021-08-27 385
866 여름청계 닫는 날, 2021. 8. 1.해날. 오후 창대비 옥영경 2021-08-10 385
865 2020.11.26.나무날. 차는 달이 훤한 멧골 옥영경 2020-12-24 385
864 2020.10. 6.불날. 맑음 옥영경 2020-11-18 385
863 2020. 9.14.달날. 맑음 옥영경 2020-10-10 385
862 2020. 8.21.쇠날. 맑음 옥영경 2020-09-16 385
861 2024. 4. 8.달날. 맑음 옥영경 2024-04-23 384
860 2024. 1.14.해날. 맑음 옥영경 2024-01-29 384
859 2023. 9.19.불날. 오후 흐림 옥영경 2023-10-01 384
858 2022. 6. 9.나무날. 낮 4시부터 소나기 40분 옥영경 2022-07-06 384
857 2020 여름 청계 여는 날, 2020. 8. 1.흙날. 저녁답에 굵은 빗방울 잠깐 지나 옥영경 2020-08-13 384
856 2020. 1.24.쇠날. 잠깐 볕 옥영경 2020-03-03 384
855 2024. 4. 6.흙날. 맑음 옥영경 2024-04-23 383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