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0.9.해날.맑음. 꽃가마 타고 그가 가네

조회 수 1461 추천 수 0 2005.10.11 00:15:00

2005.10.9.해날.맑음. 꽃가마 타고 그가 가네

콤바인을 기다리다 해가 진 하루랍니다.
"콤바인은 하는 일이 추수하는 것 밖에 없어?
만약 그렇다면 다른 때(계절)는 콤바인 가진 사람이 월급이 없겠네.
그럼 어떡해?"
걱정 많은 류옥하다입니다.
"아하, 그렇지만 추수할 때는 돈 많이 버니까 괜찮을 지도 몰라."
그런데, 정말 콤바인은 추수하는 일만 하는 건가요?

오전엔 간밤에 춘천에서 온 채은이네 식구까지 모두 저수지에 올랐더랍니다.
감을 주우러 간 게지요.
감식초를 만든다 합니다.
"'감안운'에 실어 날랐어요."
'감을 안전하게 운반'하겠다고 수레를 게까지 밀고 갔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돌나물 머위 미나리가 때 아니게 한 철을 이루고 있더라지요.
나물에 눈 먼(?) 희정샘이 그만 벌집을 밟게 되어
곁에 있던 나현이 채경이 젊은 할아버지가 화난 벌에 쏘이고 말았답니다.
달골에도 갔다지요.
감도 줍고 개랑도 놀고
그리고 짓고 있는 달골 저들 집을 탐험도 한 즐거운 날이었다지요.

직지사에서 하룻밤을 묵고 돌아왔습니다.
골짝에 묻혀서 너무 오랫동안 다른 이들 모인 자리 구경한 적 없겠다고
반쪽이 최정현샘이 소개해준 모임이지요.
다녀와서 한 생각은 정현샘식(?)으로 물꼬에 뭔가 힘이 되고 싶으셨던 게다 했지요.
고맙습니다.
달마다 한 차례는 나갈 량입니다.


지난 봄학기 내내 달날 오후 아이들이랑 색놀이(서양화)를 하던 연이샘이
뇌종양으로 그만 세상을 버렸다는 전갈이 어제 왔습니다.
두어 달 예서 머물기도 했더랬지요.
군위 간디학교에 있는 그의 친구 미영샘이 소식을 전했네요,
연이샘 집에 와(영동) 유품을 정리하다.
"까마귀 그리 길게 울더라니..."
연이샘이 수술날을 받아놓고 전날 세상을 떠났다는 그 아침,
머물렀던 곳이라고 까마귀가 소식까지 전한 거라며
제가 못가더라도 사람을 보내야 한다 삼촌이 강하게 주장하셨습니다.
좀체 크게 말씀하지 않는 분이신데...
그렇지 않아도 누구라도 다녀와야지 했지요.
궁리하다가
충남대병원이 가까운 대전의 논두렁 한 분을 물꼬의 대표로 인사를 보냈습니다.
어머니가 부의금을 한사코 안받으셨다하고,
물꼬에서 왔다고 미영샘이 상을 잘 차려주었답니다.
오늘이 발인이랬지요.
아침, 까마귀가 잠시 다녀갔더랍니다,
아주 잠깐 인사처럼 왔다 멀리 날아가더라고 삼촌이랑 열택샘이 그랬습니다.
97년 시월, 가장 가까웠던 친구를 떠나보낸 날 뱃속에 아이가 왔음을 알았더이다.
누군가 그처럼 가고 누군가 또 올 테지요.
이 세상 오는 길 우리들은 꽃가마를 타고 오지 않았을 지요,
가는 길 꽃상여를 타고 가듯이.
예서 다음 세상으로 가는 꽃상여가
다음 세상에서 보자면 꽃가마 아닐런지요.
꽃상여, 아니 꽃가마 한들한들 타고 저 세상으로 훨훨 넘어가는 연이샘입니다.
또 귀한 연으로 만날 테지요.
부디 도타운 햇살 넘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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