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일어나 옷을 단단히들 입고 나섰다.

영상 1도까지 내려가 있는 아침 기온이었다.

오늘 아침수행은 법주사 말사인 옥천의 용암사에서 있었다.

해건지기를 정말 해를 건지며 한.

 

주차장이 절 바로 아래 있었다.

차에서 잠시 앉았다 06:30 문을 열고 나오니

동쪽 하늘에 붉은 기운 번지고 있었다.

06:45로 일출을 예보하고 있었네.

어디로 가야 하나 두리번거릴 적

보살 한 분 길을 가리킨다.

가운데 가파지른 계단을 올라 절 마당에 들어서니

왼쪽으로 종이 맞았다.

뒤를 돌아 동쪽을 다시 보니 더 붉어진 기운.

 

절 마당 끝의 난간에서부터 사진을 찍으러온 이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대웅전 옆길로 운무대 가는 길이라는 안내판.

데크 계단이 잘 마련돼 있다.

5분도 채 오르지 않았다 싶은데 3전망대가,

조금 더 오르면 2전망대와 1전망대와 내처 마주보고

북쪽으로 옥천 시내가 한 눈에, 남쪽으로 장령산 정상의 정자까지 다 보이는.

각 전망대마다 삼각대에 늘어선 사진기들.

1전망대에 이르니 벌겋게 달아오르며 해를 밀고 있는 하늘.

첩첩 산들 사이로 운해가 펼쳐지고

그 너머 산에서 일어서는 해.

우리는 숨을 죽였다.

 

운무대에서 같은 장관을 본 이들의 연대가 인사들도 절로 나누게 하지.

하나씩 빠져나가고,

데크에서 물을 끓였다. 컵라면을 먹고,

차도 끓여 다식과 먹었네.

- 요새는(물론 코로나19를 말한다) 뭘 나누기도 쉽지 않은 시절이네요...

남아있는 두 분 아저씨랑 귤이라도 나누고.

머리 위로 긴 깃털 구름 하나,

어느새 자리를 옮겨 저만치에서 또 날리는 깃털.

새로 마음을 세우기 더없을 풍경 속에 우리 있었더라.

 

내려오며 오른편으로 샛계단 올라 마애불입상도 들여다보았다.

말을 쉬 걸어도 괜찮겠는 익살스런 부처였더라.

넘의 집에 갔으면 어르신한테 인사도 해야지

대웅전도 들여다보고,

산신각에 올라 절도 하고.

아침마다 대배 백배를 하는 우리들이니

종교랑 상관없이 절이 아주 일상 같은 우리 몸이었네.

다시 절 마당에 내려서니 그제야 언덕에 구멍처럼 있는 샘이 보였더라.

물도 마시고,

그 위로 난 길을 몇 발자국 더 가니 샘터인 동굴 기도처도 있었다.

절마당에 다시 내려와

대웅전에서 보자면 종과 반대편 쪽을 난 계단으로도 갔다.

신라시대로 추정되는 동서삼층석탑.

위치로 보아 고려시대 성행한 산천비보사상이 담겼다는.

탑이나 건물을 세워 산과 내의 쇠퇴한 기운을 북돋운다는.

자연 암반 위에 세웠는데도 이층 기단을 두었더라.

 

같은 일출을 보러 오른 분이 계셨더랬네.

아침마다 사진과 글을 나눠주시는 분이라.

오늘쯤 일출 같이 보자고도 하신.

복잡한 곳이 아니어 못 알아볼 것도 아닌데

굳이 찾아 인사는 않았네.

같은 시간 같은 곳에 있다는 것도 의미 있고,

위탁일정이 아닌 한산한 어느 때 뵈어도 좋으리라 한.

우리에게 나눠주려고 과자랑 대추주스 챙겨서 갔더라는 당신의 후일담을 나중에 들었네.

1전망대서 일출을 사진기에 담고 계셨더란다.

 

천천히 대해리로 돌아와 낮 11시에 밭에 들었다.

 

아침: 차와 다식과 컵라면

낮밥: 짜장국수

저녁: 고구마밥과 어묵국, 참치부침, 고기볶음, 감자조림, 김치, 그리고 물꼬 요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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