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 3.불날. 맑음. 와, 바람!

조회 수 414 추천 수 0 2020.12.03 00:22:39


 

설악산에 첫눈이 내렸단다.

낙엽이 눈처럼 날리요,

학교아저씨가 말했다.

바람이 많다.

모든 걸 다 쓸어가겠는, 다가올 겨울의 위세를 보여주는.

 

11시에야 학교에 내려서서 낮밥을 준비했다.

밥상을 물리고 교무실 데스크탑 앞에서 작업 좀.

손이 시렸다.

역시 안 되겠다 접고,

교무실 문 앞에 놓였던 바구니를 하나 정리하다.

오래된.

계자 때마다 눈에 걸렸으나 계자에 밀리고 그러다 일상에 밀리고.

이번에는 기필코 계자 오기 전 하리라던, 춥기 전 하리라던 일이었다.

오늘이 그날일세.

까꿍방 류옥하다,

이름표가 하나 거기 뒹굴었다.

아이는 뱃속에서도 기면서도 걸음마를 하면서도

서울에서 이 깊은 멧골까지 어미를 따라 다녔다.

아이를 업고 같이 강강술래를 했고,

아이를 안고 한데모임을 했다.

그때 아이들이 단 이름표에는 몇 모둠 누구라고 적혔는데,

갓난쟁이 아이도 그렇게 이름표를 달았더랬다.

그 아이가 자라 20대 중반 청년이 되었고,

186에 몸무게가 무려 100에 이른다.

미아방지용 은팔찌도 거기 있었더라.

당시 서울 가회동의 물꼬 서울학교의 전화번호가 적힌.

지나간 시간은 잠이 많다.

어디서고 자다가 그렇게 문득 깨서 우리에게 말을 거는.

그 간격을 보면서 지금의 좌표를 다시 확인케 되는.

나는 잘 있는가!

 

흙집에 화장실 두 칸을 들이고 긴 날을 틈틈이 작업하다가

문을 달게까지 되었는데,

접이식 문을 대략 세워만 놓고 있었더라니

오늘 그예 달다. 손잡이도 붙여서.

문고리는 목공실에 있는 것으로 되려나...

감을 좀 더 따서 깎고 달았고,

후두둑 다 떨어진 은행알을 학교아저씨는 줍고 있었다.

 

독서 책을 기획하고 지난 10월 계약을 진행한 출판사에서

벌써 다음 책(코로나19시대 교육을 생각한다, 그런)11월에 계약해두자고 했는데,

글빚을 그리 져서 어쩌자고...

이제 겨울 일정들을 준비해야하니 그 건은 11월을 넘기고 정리할 수 있을 듯하다고

오늘에야 문자를 넣었다.

원고 방향이 어느 정도 정리 되신 마음,

12월 초에 뵐 수 있을까요?

올해가 가기 전, 이 건으로도 계약서 갖고 뵙는 날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답문이 그렇게 왔댔네.

 

, 영하로 뚝 떨어진 기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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