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골은 낮 3시면 벌써 서산으로 넘어가려는 해를 보고,

학교 마당은 4시가 지나면 해그늘이다.

11월의 대해 골짝이 그렇다.

동지까지는 노루 꼬리만큼 계속 짧아져 볕이 귀할 것이다.

걸음이 바쁘다.

낮이 아주 짧은.

 

아침에 학교 부엌 가스렌지 위 후드를 청소하다.

업소용 4구 가스불에 음식량도 많으니 후드도 그 넓이만큼 크다.

위로 쌓인 먼지, 안으로 쌓인 먼지들을 닦다.

자주 하는 일이 아니니 덕지덕지 기름때가 퍽 두터운.

쇠수세미로 밀어서야 바깥은 번듯해졌고,

이제 안을 해야는데 고개를 들고 하려면 쉽지 않겠지.

세제를 좀 뿌려놓다. 불려야지.

팬도 닦아야는데 내일 아예 떼어서 닦나...

 

보수하던 흙벽은 마감재를 바르는 일만 남겨놓았다.

열흘은 걸리지 싶던, 헐어놓은 벽을 채우는 일은

어제 하얀샘까지 팔 걷어 부치고 도운 덕에 닷새 만에 마무리 지었다.

그 벽 위로 조경용 목천(나무뿌리를 캐서 감쌀 때 주로 쓰는)을 붙이기로.

갈라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

덜 말랐을 때 붙여야 했을 걸,

이웃에서 저녁답에야 그것이 보내져 와서...

물을 살짝 뿌려 벽이 습을 먹었을 쯤 천을 대고 두들겼다.

일이란 게 그 일을 하는 적절한 때가 있는 걸, 역시 늦었더라.

기대했던 대로 흙벽 속으로 잘 먹히지 않아

위쪽으로 타카를 써서 천을 고정을 해두었다.

이제 마감재를 발라야지.

황토몰탈을 만들기 위해 황토를 체로 치고 물에 풀어

모기장으로 건지고 물을 부어가며 짜기를 반복,

앙금을 만들기로 하였는데,

잠깐! 마감재를 바르기 전 목천을 더 잘 붙여야겠더라.

걸쭉하게 한 황톳물을 고무장갑 낀 손으로 목천 위로 바르기로.

벽에 자리를 아주 잡지는 못하고 있던 목천이

척척 감기듯 붙었네.

내일은 그 위로 마감재 바르기.

 

큰 일자 드라이버 하나를 실내화들 곁에 두었다.

어째 그걸 그리 여러 날 안 갖고 들어가고 두었나, 그리 생각할 수도.

보여야 일을 하니까, 아님 어느새 다른 일에 밀려 잊히기 쉬운 이곳 일들이라.

수도관에 호스를 끼우고 둥근쇠로 고정해야지, 기억하려고 둔 거였다.

오늘에야 두 곳을 잘 여몄네.

 

오늘도 습이들은 한 마리씩 따로 산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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