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부엌곳간에 한천이 있었다.

우뭇가사리의 다른 이름이다.

여름에 묵을 쑤어 콩국에 말아먹기도 하지만

이곳에 있었던 까닭은 아이들에게 만들어주던 양갱 때문이었다.

팥을 삶아 으깨고 밤도 통으로 깎아 넣곤 했다.

오래전 일이다.

남은 것이 여러 해 되어 먹기도 그렇고 버리기도 그렇게

또 날을 보내고 있었는데,

오늘 그 쓰임이 있었으니.

 

겨울에 얼어터진 수도관을 고치느라 헐어낸,

구멍 뻥 뚫린 흙집 뒤란 벽을 여러 날 손보고 있었다.

첫 작업은 고운 흙에 자른 짚과 약간의 시멘트를 섞어 반죽한 덩어를

기둥과 기둥 사이 가로로 대나무를 친 뼈대 사이로

착착 던져넣기를 닷새,

어제는 그 위에 조경현장에서 쓰이는 그물 같은 목천을 두드려 붙였고,

그 위로 황톳물을 고무장갑낀 손으로 발라두었더랬다.

오늘 드디어 마감재를 만들다.

어제 황토를 곱게 체 쳐서 물을 섞어 모기장으로 걸러 놓았다.

오늘 물을 따라내고 앙금으로 황토몰탈을 만든 것.

시멘트 몰탈 비율처럼 황토앙금1에 역시 곱게 체를 친 모래3을 섞고

삶은 우뭇가사리를 적당량 넣었다.

벌써 해가 진 멧골,

전등을 켜들고 황토몰탈을 붓으로 벽에 바르다.

색도 고왔다. 아무렴 황토인 걸.

날이 찼으나 추위를 잊을 만한 작업이었다.

이로서 흙집 바깥일은 끝났다 싶지만,

이 벽이 마르면 보온재 천을 둘러주려 한다.

 

사이집 남쪽마당 빨랫줄에 빨래 너는 즐거움이 크다.

오늘도 빨래를 널었더랬네.

학교의 부엌곳간을 정리하고 닦았고,

어제부터 닦던 가스렌지 후드, 오늘은 팬을 아예 피스를 풀어 내렸다.

기름때가 두터웠다.

모터를 피해 세제를 푼 물을 좀 뿌려두었다.

 

며칠 전 서로 흠씬 물어뜯었던 가습이와 제습이는

서로를 외면하고 있다.

오늘도 따로 산책을 시켰다,

가습이가 한사코 같이 하지 않겠다고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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