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0.13.나무날. 달빛 고운

조회 수 1226 추천 수 0 2005.10.15 00:34:00

2005.10.13.나무날. 달빛 고운

달빛이 교실을 넘어옵니다.
모두가 잠자리로 간 학교에 달빛을 안고 고요 속을 거닐면
날섰던 마음이 그만 무안해져버리지요.
그래서 자연들을 찾는 모양입니다,
이들이 주는 위로와 위안과 치유 때문에.

호숫가 나무에서 한 물음을 던져놓고 끈질기게 묻듯이
불이란 무엇일까 물었습니다.
"그렇다면 불이 꺼졌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제 가늠으로 열심히 꼬리를 다는 아이들입니다.
불이랑 시간, 우리는 고래방 뒤란에 불을 지피고
불을 그린 그림동화도 구경하고
불의 쓰임들에 대해서도 얘기 나누었지요.
배움방 공책을 들여다보니
불이 무엇일까, 불은 어떻게 만들까,
불은 어디에 쓰일까, 그렇다면 어디에 있을까,
정리를 잘들도 해두었습디다.

수영 가서 대동놀이를 물 두 드럼은 넘치도록 하였습니다.
무릎앓이 때문에 피로감이 큰 운전으로
오거나 가는 걸음에 꼭 한 차례는 쉬어 가는데,
아이들은 저들대로 그 시간 차에서 내려 가을 풍광을 즐기며 놀판이지요.
오늘은 한 저수지가에 차를 세웠는데,
식구 한데모임에서 당장 그 얘길 꺼네데요.
"지난번엔 괜찮았는데 오늘은 쓰레기가 되게 많았어요."
그래서 담에 청소를 하고 오기로 하였답니다.

머무는 분들, 김점곤 아빠와 홍사숙샘 덕으로
가을걷이가 수월하다지요, 농사부가.
고추 고구마 감자 나락을 잘 말려 꾸려서는 광에다 잘 쟁였다 합니다.

희정샘이 자른 나무를 열심히 갈아 장기알을 만들었지요.
아이들, 요새는 장기 열풍입니다.
도형이가 령이를 가르쳐주고 채규를 가르쳐주었다네요.
아이들이 아홉 시 반쯤이면 잠자리에 드는데,
오늘은 열 시 넘도록 장기판을 둘러싸고 있다는 곶감집 전갈이 있었지요.
훈수가 꼭 사단을 만듭니다.
채규가 화 엄청 났지요.
구경하던 류옥하다, 열택샘과 곶감집을 나서며 그랬다데요.
"(낮은 목소리로) 채규형 심술 맞아요, 제가 심술펴 봐서 아는데, 그거 심술이예요."
꼭 같은 것들이(말해 무엇하나요, 채규랑 하다 말입니다.) 웃기지도 않습니다.

곡주가 돌았지요, 어른들끼리 앉은 가마솥방의 밤,
사숙샘이 낼 가신다고.
자분자분 말씀을 재미나게도 하시지요.
은근히 농도 잘하십니다.
당신의 겸손이 달밝음으로도 충분히 고운 밤에 윤기를 더했더이다.
좋은 어른들의 숨결이 물꼬를 이리 키운다지요.
잘 닮을 수 있을 런지요...
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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