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25.물날. 맑음

조회 수 371 추천 수 0 2020.12.24 23:47:39


 

아쿠, 글빚이 무섭지!

지난 1010일 대전역에서 내년에 낼 책 한 권 출간계약을 하고 왔더랬는데

원고를 넘길 시간도 한참 남았고

겨울계자나 끝나야 글을 쓰겠거니 하고 있었는데

오늘 보았네, 지난 9일 계약금이 들어와 있는 걸.

, 슬슬 염두에 두고 사이사이 고민을 해야 할.

그렇다고 그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아니지만

오늘은 눈 뜨자 책상 앞에부터 앉아 글을 좀 썼더라.

우선 닥쳐있는 다른 원고였지만.

 

세면장 상판 타일 작업 하나 하는 중.

기존 타일을 걷어내고 여러 날이 지난 엊그제야

접착제 바르고 타일 놓고 하루,

어제 줄눈제 마른 뒤 닦아내고.

오늘은 바니쉬를 칠하다.

그리 크지도 않으니 별 일일 것도 없겠다 했지만

또 그렇지도 않더라; 500×800

모눈타일로 식탁을 만들고 줄눈에 바니쉬 칠하느라 악소리 났다더니

아구 허리야, 다리야, 했네.

서너 시간 간격을 두고 세 차례.

식탁도 아니어 김칫국물 같은 거 흘릴 일이야 없지 싶어도

이왕 붓 잡은 김에 세 번 칠하기로.

마르는 동안 붓을 씻어두고서(바니쉬 통에 담가둘 크기가 아니어) 말려

다음 작업, 또 다음 작업.

내일은 장 들여서 벽에 붙이고 실리콘 바르고,

수전 연결하고 다시 실리콘 바를.

이번에야 수전(水栓)의 전이 마개전임을 알았고나.

 

- 도움이 필요해요...

한 시간이 넘도록 들어온 전화를 붙들고 있었더랬다.

갖가지 형태로 여러 부류의 고민들이 물꼬에 이른다.

지난학기 제도학교에서 함께 보낸 동료이고

내부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 하나를 안고 고민하고 있었다.

한 교사의 아이들에 대한 인권침해와 학대에 준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엄마로서의, 교사로서의 양심으로 저버릴 수 없다는.

아무도 그런 문제에 아는 체를 않을 것이다.

다만 지나가기를 기다릴 테지.

그가 떠나거나 자신이 떠나거나.

당연히 안에서 다른 이들과 의논이 없었던 것이 아니나

누구도 나서지 않을 것이다.

제도학교는 특히 그렇더라.

어떤 문제 앞에 가능하면 사이좋은 얼굴로 비켜서는.

관리자에도 도움을 청해도 마찬가지다.

중재자로 나선다는 건 자칫 자신이 적이 되기 쉬우므로

당사자들끼리 먼저 해결하라는 말만 들었을 뿐이라 했다.

한 아이를 대놓고 미워하고,

그 아이를 학급의 모든 아이들이 왕따를 시키도록 만들고,

아이들에게 시간마다 소리를 질러대고,

심지어 하루 내내 고작 온전히 수업을 한 게 15분인 날도 있었다는.

그 모두를 안다는 이유로, 그리고 지금은 밖에 있다는 까닭으로,

또 그 공간을 아끼고 그곳 아이들을 사랑한다는,

또 굳이 찾자면 물꼬라는 공간에서 늘 가르친다는 것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라는

내게까지 그 소식이 닿은.

그들 모두를 알고 있고,

문제의 교사 행동이 지난학기라고 없었던 것도 아니지만

이번학기 강도가 심해지고, 아무도 견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교사의 양심으로 자신이 가만있을 수 없다는.

뭔가 하겠다는 그에게 감동했다.

그 공간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단 귀찮은 그런 거 하지 않으려고들 하니까.

누구도 싫은 소리 하고 싶어싶어하지 않으니까.

문제의 교사를 당신이 못 견뎌하는 건 아닌가,

정녕 아이를 위한 것이 맞는가,

그렇다면 움직이시라 했다.

왜냐면, 문제의 그 교사가 정말 몰라서 그럴 수도 있으니까.

누군가 말해준다면 그를 위해서도(아이들을 위해서는 물론이고) 다행한 일 아니겠는가.

 

코라나19는 겨울을 향해 3차 대유행을 예고하고 있다.

하루 신규확진이 400명에 육박하고 있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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