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이다. 달 휘영청.
아주 천천히 아침을 열었다.
몸을 풀고 명상하고 책을 읽는다.
주말, 대처에서 돌아온 식구들과 복닥이는 즐거움이 있다.
물꼬 바깥식구들이 들어와 그간 산 이야기들을 쏟느라 수선스런 그런 정겨움.
힘 좋은 아들이 들어오면
그간 두고 눈만 머물다 들지 못했던 물건들도 치우고,
교무실 일이며 어미는 어려우나 젊은이는 쉬운 그런 일들을 챙겨준다.
물꼬 품앗이샘들도 마찬가지인데,
그들이 없으면 잘 돌아가지 못할 물꼬 일들이라.
정작 안에서 고생하신다고들 자주 말하지만
또한 그들이 있어 이리 살아지나니.
습이들 산책도 식구들이 한 마리씩 데리고 시켜준다.
운동장에 나갔더니 제습이가 달겨와 안기는.
반찬을 해서 대처 식구들 보내는 오후였네.
오늘부터 달골 기숙사 너머 산에서는 산판을 한다.
혹 주차한 차가 상하지 않겠냐 미리 안으로 들여 달라는 부탁이 들어왔다.
우선 나무를 자르는 일부터 할 터이니
실어내릴 때 치워주면 되겠지.
달포는 윙윙거리는 엔진톱 소리를 듣겠네.
밤, 오늘도 걸었다.
겨울90일수행의 날들이라.
담이 오려나 하며 결렸던 갈비뼈 쪽은
위로 양쪽 가슴께로 번져 심각해져서
어제는 온 식구가 주무르기도 하고 병원 예약을 한다 수선도 피웠는데,
아프면 생활을 먼저 살피는 게 순서라.
가만 보니 혹 밤마다 멧골을 걸으러 나갔다가
마을회관 앞에서 하는 운동기구 때문은 아니었을까에 생각이 이른.
과도한 운동, 그럴 수 있겠다.
나가는 식구들 따라 도시로 나가 병원을 다녀오기로 했다가
우선 며칠 더 지켜보기로 했더랬다.
운동으로 인한 거면 운동으로 풀어야지.
오늘도 마을길을 걷고 돌아오며 운동기구 위에 올랐더라.
11월 초면 하는 겨울계자 공지,
더는 미룰 수 없다. 다음 주에는 해야 할 것이다, 계자를 아니 한다면 모를까.
겨울에 더 심각할 것이란 예견이 있어왔고,
결국 코로나19 3차 대유행은 시작되었는데,
이 속에 우리는 어떻게 할까 고민 좀 했다.
답은 간단했다. 삶은 계속 되는 거지.
할 것인데 역시 규모가 문제였고,
올 수 있는 아이들은 얼마나 될 것인가도 헤아려보았다.
물꼬 일정의 장점 하나는 참가자가 하나여도 진행할 수 있다는 거.
경제적수익성으로 일정이 결정되는 게 아니니까.
상주하는 이고 모이는 이고 모두 자원봉사로 움직이니
인건비에 매이지 않아도 된다는.
우리는 그것이 지니는 의미와 가치에만 집중하면 된다.
계자는 어른들로서는 자유학교도들의 부흥회라 할 만치
뜨겁게 자기를 쓰고 단련하며 자신을 성장시키는 시간이고
아이들에겐 집을 떠나, 또 도시를 떠나 한껏 자신을 자유롭게 고양시키는 시간.
같이 쉬고 놀고 생각하면서 다음 걸음을 디디기 위해 힘을 비축하는.
사람이 너무 편안하게, 지나치게 많은 걸 누리고 사는 시대,
보다 원시적인 공간에서 우리들을 단련해가는 시간.
그래서 너무 고생스러워서 이제 그만할까 하다가도
우리는 다음 계절에 다시 계자를 하고, 하고, 해왔다.
해야지!
적은 규모가 될 것인데,
굳이 수명을 정하지 않아도 ‘조율’이라는 아름다운 낱말이 있잖은가.
코로나19에 따라 조율하면 될 것이다.
이제 공지할 일만 남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