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는 대설이었다.
뭐라도 내리겠다 싶었으나 그렇지는 않았다.
군청을 다녀온다,
달골 지하수 관련 일이 생겨.
기숙사의 지하수를 사이집에서도 같이 쓰고 있으니
여러 차례 불거졌던 서류상의 문제를
준공 관련해서도 이번 참에는 매듭지을 수 있게.
고즈넉하나 그렇다고 별일들이 없는 건 아니다.
마을만 해도 풍경화 평면 속에서 움직이지 않는 듯 보이나
거기 사람들이 날마다 밥을 하고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있다.
어제 영동으로 삶터를 옮기려 여기까지 땅을 보러왔던 지인은
(물꼬가 있어서가 아니라 와 보니 물꼬가 여기 있는)
사려 했던 땅은 엄두가 나지 않으나
마을에서 내놓은 보건소 건물은 어떤지 알아보는.
군에서 인구 증가를 위해(대개 농어촌 지자체들이 공통으로 지닌 문제일) 내놓은 방안 하나는
산림자원을 내주며 쓸 수 있도록 하는 모양.
서울 중심으로 숲 관련 일을 하는 도시 사람들이 조합을 만들고 같이들 내려오게 되었나 보다.
황간을 중심으로 거처를 각자 알아보고들 있다고.
때로 이 지역의 일들을 외부사람들을 통해 듣고는 한다.
물꼬에도 숲길등반체험지도사가 있기도 하니 같이 도모할 일이 있을 수도.
물꼬의 논두렁이기도 한 선배의 누이는
그렇게 영동의 이웃이 머잖아 될 모양이다.
인연은 그렇게 넓혀지고 때로 끊어지고 하더라.
이른 아침 출판사 편집자에게 문자 넣다.
12월초에 연락 하마 했지만 못하고 있었더랬다.
계약했던 책 말고도 교육관련 책을 바로 계약하자던 출판사였다.
구성만 끝나면 계약서 들고 오겠다고.
하지만 계약서에 도장 찍은 책도 아직 원고를 시작조차 못했는데
그 글 빚을 다 어쩌라고 계약부터 한단 말인가.
당장 이번 주는 마감해야 할, 짧은 글이긴 하나, 원고도 먼저 있었다.
- ㅎ 12월 초순을 보내는군요.
연탄을 들이고 장작을 쌓고 김장을 하고 메주콩을 삶고 문짝을 고치고 흙벽을 보수하고...
코로나가 다 무언가, 산골살이 일상은 어제 같은 오늘이 이어져요.
불 꺼진 밤의 서울 소식(*)을 들었군요. 안녕하신지.
이번 주까지 회지에 마감할 글이 있고,
비로소 고민을 좀 하겠지요.
잊지는 않고 있답니다.
기다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제 가닥을 잡았습니다. 우리 봐야겠는데... 라는 문자주시는 그날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답문이 왔다.
이미 계약한 책의 원고에 대해서도 편집자로서 챙기는 걸 잊지 않고 덧붙이는 문자가 이어.
‘한단 군에게
바쁜 중에도 원고에 대한 고민과 시작은 늘 일상 안에 함께 두시길 바란다고 전해주세요~^^’
(*) 서울시는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5일부터 2주간 저녁 9시 이후 소등으로 서울을 멈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