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0.17.달날.맑음 / 내 삶을 담은 낱말

조회 수 1268 추천 수 0 2005.10.19 12:13:00

2005.10.17.달날.맑음 / 내 삶을 담은 낱말

자기 마음의 소망을 담은 낱말, 자기가 사랑하는 것들,
그리고 나아가고자 하는 삶을 닮은 낱말 찾기를 했습니다.
그걸 배움방 공책의 제목으로 삼아 표지를 만들기도 하였지요.

나현; 산국
채은; 들꽃뫼꽃
도형; 너른 세상
하다; 평화
채규; 차돌
령 ; 우주

마치 별명처럼 아이들을 오늘은 죙일 그 이름으로 불러주었답니다.

웬만큼 가을걷이를 끝낸 농사부는
살림살이들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젊은 할아버지는 겨울이 오기 전 꽃밭을 두루 살피시고
나머지 남정네들은 창고 세 군데를 계통(?)있게 정리합니다.
아이들은 마늘 놓을 밭을 매고 곶감집 남새밭을 더덕밭으로 일구고
호박을 따 들였습니다.

입학원서철을 앞두고 사람들 발걸음이 잦습니다.
오늘도 김천에서 상주에서 사람들이 다녀갔습니다.
오는 사람도 맞는 사람도 생각 많지요.
자기 고집이 있어야 이런 산골 들어와 살겠다,
이런 학교 보내겠다 할 수 있는 반면,
또 들어와 살아내는 데는 바로 그 고집(욕심을 더한)과 싸워야 하는 역설이라니...
들은 게 많고 아는 게 많은 것이
외려 진리를 바라보는 눈을 흐리게 하는 모순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자기가 '안다'는 것이야말로 얼마나 '모르는'일인지,
그 앎이 얼마나 많은 진실을 가로막는 벽인지를 이곳에선 자주 경험하지요.
살면 살수록 생의 그 단순함에 고개 끄덕이게 됩니다.
자기 것은 고스란히 안고 이곳에서 얻기만 하려든다면
틀림없이 그는 이 산골을 다시 떠나야 할 것입니다.
잠시 온 생이라 하나
내가 앉은 자리에서 영원히 살 듯 해야는 게 또 우리 생 아니던지요.
지난 봄학기 겪었던 큰 어려움 하나는
어째 공동체에 머무는 이들이 모두 임시로 사는 듯한,
그래 저 역시 집이면서 늘 남의 집에 있는 듯했던 분위기 아니었나 싶습니다.
우리는 이곳이 집일 수 있는 사람들과 살고 싶습니다,
잠시 머물다 일어서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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