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16.물날. 맑음

조회 수 351 추천 수 0 2021.01.14 23:50:08


 

햇발동 거실 베란다 쪽에 있던 화분들을 부엌 창 쪽으로 옮겼다.

겨울이면 베란다 창에 너무 짧게 머무는 볕,

부엌창의 해는 조각이어도 퍽 오래 드니.

살아라, 살겠다, 하는 존재들

곁에서 그리 살짝만 도와줘야 사는 힘이 덜할.

 

아침 7시 영하 11.

어제보다 2도 높았지만 여전히 짱짱한 겨울 아침이었다.

해날 비눈(눈비라기보다. 눈보다 비 쪽이어서) 다녀가고

달날부터 영하 13도까지 떨어지고 있는.

 

자정 전에는 보내자던 메일인데

지금 막 12시가 넘어갈 때야 답메일을 하나 썼다.

텍사스 오스틴, 먼 곳이다.

어제 교무실 자동응답기에 여보세요, 하는 한마디와 함께 국제번호가 남겨져 있었고,

저녁엔 메일이 들어온 걸 보았고,

오늘은 손전화가 울렸고, 문자가 들어왔다.

연결이 늦어 답답하셨겠다, 물꼬 삶을 아는 분이 아니니.

대체로 바깥세상과 좀 더디 닿는 이곳.

오죽하면 우표 붙여 편지 닿는 물꼬라고들 할까.

전화를 멀찍이 두고 한 번에 몰아 연락을 하곤 한다.

그리 하지 않으면 일이 잘 안 되는. 툭툭 끊어지는. 응답만도 꽤 일이어.

이민 3년차에 접어드는, 대학생에서부터 중등 아이를 키우는 댁의 아이 셋 가운데 둘째였다.

어려움을 겪는 아이, 그야 제 일이겠는데,

어머니는 마음 부쳤을 법하다.

결국 아이만 2월에 귀국을 앞두고 있다는데.

 

아이들의 학교이자 어른의 학교로 여러 형태의 교육과정이 있다,

입학하고 졸업하는 제도가 현재는 없는 대신

위탁교육이라든지 치유나 진로탐색을 위해 장기 혹은 단기로 머무는 과정이 있다,

일과 명상을 통해 마음과 몸을 단단하게 하여 세상으로 나갈 준비를 한다 할까,

물꼬가 하는 큰 기능 가운데 하나는

아이의 배치(어떤 학교를 갈까)를 같이 고민하고 찾아주는 일도 있다,

그런 이야기를 메일로 전했더랬다.

그리고 텍사스 시간으로 아침 9, 이곳으로선 자정,

통화 가능하다 했고, 곧 전화가 들어왔다.

마침 그네가 알아보고 있던 한 대안학교를 나 역시 제안했고,

그 학교에 입학할 시 학교를 떠나있어야 할 상황에선 물꼬에서 지내는 것도 고려해보다.

그러니까 그 아이의 한국 거점이 되는.

가능하면 그 대안학교랑 가까운 곳에 적을 둘 수 있도록도 알아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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