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나 눈이 내리겠다는 예보가 있었으나
정오 무렵 살짝 눈비 스쳤을 뿐.
꽃다발이 하나 닿았다.
겨울을 잘 지나가라는 응원이겠네.
연탄만 따순 게 아니구나.
다발을 풀어 가마솥방 식탁에 꽂았다.
언론을 거의 끊고 사니 물꼬에 의미 있겠다 싶은 기사들을 식구들이 보내주는.
오늘은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의 글을 읽었다.
코로나백신 확보를 둘러싸고 연일 언론은 책임론을 띄우고,
한 신문 안에서도 불과 몇 십 분 사이에 양극단의 논조가 담긴 기사에 쏟아지기도 하는 요즘,
기사들을 보며 ‘어느 나라 기자인가 생각이 든다’ 했다.
감염병 정책이든 백신 정책이든 그 나라가 가진 행정력과 예산력의 영향을 받고,
공무원들이 적극 행정을 할 수 있는 기본적인 구조가 필요할 텐데
우린 백신에 대해 선구매 관련 법적 근거나 예산 근거가 없다고.
신종플루 땐 유행이 빨리 잦아들어 준비한 백신이 남았다고
‘국정감사 때 공무원 징계하고 예산 과소비했다고 국회의원들이 난리친 국가’이고
‘백신개발사에 재고 던져서 고생한 백신사 피해를 보게’도 했다고.
‘비난이 우선이 아니라 잘하게 할 만한 여건을 만들어주는 게 우선이지 않겠냐,
잘해도 쉽지 않은 상황에 초는 치지 말자’는.
종일 졸렸다. 흐려서 그랬을 수. 바삐 움직일 때 아니어서도.
먹고 졸리고 먹고 졸고.
치매 오고 인지능력 떨어지면 잠이 많아진다는데!
그랬더니 아들이 문자를 보내왔다.
-엄마는 추워서 그래. 봄 되면 또 괘안아져.
엄마처럼 총명하고 머리 많이 쓰는 사람들은 치매 안온다.
할머니도 지금 괜찮으시자너.
엄만 하아아아안 참 남았어요.
규칙적 생활도 하고 사람도 만나고
공기 좋은 곳에 있고
엄마는 뭐 의사들이 만날 하라는데 사람들이 못하는 거 만날 하자너
글 한 줄도 못 쓰고 보내는 하루에 좀 우울해하다가
오늘은 스스로 위로하며 자신을 끌어올렸네.
재능이 참 없다 싶다가
이 너른 살림 건사하면서 이만큼이라도 하면 재능 없다 못한다,
어느 해 문예 공모전에 최종심까지 갔던 적도 있었다니까,
그렇게 말이다.
넘이 하는 칭찬이고 욕은 넘의 것일 뿐,
내가 하는 것은 내 것임.
영하 3도의 새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