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예보하고 있었다.

눈이 될 수도 있겠다 했지만 영상이었다.

흐리기만 했다.

구름 사이로 해도 잠깐 다녀갔다.

 

겨울90일수행 기간.

새벽 산사 마당에 들어서듯 사람 하나 왔다.

하루 휴가지만 물꼬에서 아침뜨락을 걷고 수행할 수 있냐고 물어왔던.

같이 걷고 같이 간단한 요기도 하고

심은 나무들에 거름도 함께 주었다.

 

수능 성적표가 나온 날.

답을 기다리는 문자는 아니었다.

홀로 멧골의 깊은 겨울 고요와 어둠에 묻혀 아이들을 생각했다.

주위에서 시험들을 보면 묻기도 그렇고 소식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데

한 아이는 유독 마음이 쓰였다.

오늘 성적표가 나왔으니 대략 가닥이 잡히겠지.

그러고들 있을 테지만

마지막 결정까지 곁에서들 기도와 긴장을 늦추지 말자문자 한 줄 보내다.

이런 순간들이 다 힘이 되리니 하고.


청계 신청 마감 날이었다.

2020학년도 겨울 청계는 예정대로 진행한다!

12230시부터 내년 1324시까지 수도권 5인 이상 집합금지 행정명령 중이고,

비수도권은 오늘 밤 자정부터.

청계가 사적모임이냐 공적모임이냐 하는 규정부터 따져봐도 될 것이지만

뭐 하러 그리 시끄러운 말들 속에 있나.

그냥 4인으로 정리하면 될.

의도하지 않아도 참가자가 그리 되었네.

9학년 셋과 진행자 하나로.

 

지난 10월 계약한, 아들과 공저할 책은 일종의 독서록.

내가 20대에 읽은 책을 아들이 20대에 읽는.

나는 먼 시간이었으니 책은 내가 기억하는 것과 그만치 멀리 있을.

당장 원고 한 줄 되지는 않아도

아들이 함께 다루기로 한 책을 틈틈이 들여다보다.

오늘은 디스토피아를 다룬 고전을 보았다.

벌써 백 년이 다 돼 가는 책인데새삼 너무 생생해서 놀란.

작가는 그런 혜안이 있는 이들.

오늘 덮은 책에는 모두 공유하는 고전들도 자주 등장하였는데,

서구 사회의 그런 문화가 참 좋은.

예컨대 우리 사회로 치면 심청전이나 춘향전, 흥보전의 구절이 책 사이 사이 튀어나오는 것이라 해야 하나.

우리 고전들이 이후 세대가 쓰는 문학서에 자주 인용될 만큼 문학적 완성도가 있는지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제는 쓰는 자로서 책을 읽게 되는 측면이 있어

내가 쓸 책에서는 옛 책들을 어찌 다루면 좋을지도 생각해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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