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29.불날. 눈 날리는 저녁

조회 수 366 추천 수 0 2021.01.17 01:00:43


 

5시 눈발 날리기 시작하다.

깊은 멧골에 눈이 내리고 또 내린다.

 

메일들이 쌓였다.

달포가 지나서도 못하고 있던 글월에도 대답하고

계자에 미리 들어와 손을 보탠다는 이들에게도.

대개 계자를 앞두고 며칠씩 일찍 들어와 준비위를 꾸리는 샘들,

이번 계자에는 여기 상주 식구들만 지내겠다 했다.

상담 혹은 면담을 요청한 이들도

동안거에 가까운 겨울90일수행기간이니 천천히 오십사고도.

 

'각별하게 생각는 그대에게,

 내 게으름이 그대에게 아주 야속할 법도 하네.

 자리 잡고 찬찬히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전해야지,

 하고는 날이 가는 사이 겨울이 깊어졌고 무려 해가 바뀌었네요.

 마음에서 일어난 무수한 말은 결국 그대의 표현처럼

 그대를 깊이 아낀다는퍽 그립다는 말로 수렴되는...

 (...)

 물꼬야 그대에게 어디 넘의 집인가.

 언제고 오심 되지요그렇고 말고.

 다만 겨울이 모진 이곳이잖여.

 꽃 피고 새 울 때 다녀가시면 더 좋고.

 (...)

 혹 내가 도울 일이라도 있으면 언제든 알려주시고.

 내가 그대를 위해 할 일이 있다면 참으로 기쁠 것임.'

               

' 이 거친 대해리로, 더구나 이 모진 겨울 속으로 와 준다니

 무한 감사!

 그런데, 이번 겨울에는 워낙 최소치로 잡은 일정인 데다

 다른 해와 달리 미리 사람들이 들어오는 것을 차단하고 있음.

 계자 앞두고 대문을 굳게 걸어 잠근.

 (...)

 언제라도 올 수 있는 그대들임.

 2월 마지막 주말에 있는 '어른의 학교'여도 좋고.

 해마다 6월에 있는 '물꼬 연어의 날'(Homecoming Day) 뭐 그런 거)에는 꼭 와 주십사!

 또 그런 공식 일정 아니어도

 이번처럼 언제 오시겠다 연락주고 오십사.

 이왕이면 긴 겨울 지나.

 

그런 말들이 갔다.

 

연말이면 연말정산까지 해야 하는 살림은 아니지만

학교의 화재보험에서부터 연 단위로 챙겨야 할 것이 여럿이다.

자동차보험도 이 시기에 걸리고.

15년을 넘어가는, 냉각수가 새는 차량을 대기오염 때문에도 폐차를 결정했지만

새 차가 들어와 있어도 두어 달은 더 쓸 듯.

책임보험을 넣어야 하는데 놓칠 뻔.

물꼬의 보헙 담당자들에게 청약서를 보내주십사 연락을 해두다.

그러하니, 계자가 12월 말과 1월 초로 걸쳐 있을 땐 여간 정신없지 않았는데,

최근 늦어진 겨울계자 일정이 교무실 일들이며 처리하기는 좋을세.

 

제습이 가습이를 따로 산책을 시키자면,

요새는 커서 학교를 벗어나 멀리 마을을 한 바퀴 돌고 오면

시간이 제법 길다.

오늘 옷이 좀 얇았던가 기침이 달려 나온다.

이른 저녁상을 물리고 부지런히 달골을 걸어 올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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