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민씨 및 부안 지지방문기(무전여행)

조회 수 891 추천 수 0 2003.12.15 06:03:00
일요일 오후에 비로소 연락이 닿아서, 4시 다돼서 집을 출발,
양재에 도착, XX과 합류한 후, 5시 반쯤 OO과 만남.

이후, 히치를 시작, 고속도로 길바닥에서 첫눈을 맞으면서
분당, 수원(역앞에서만 수시간 오락가락하는 등,
덤엔 더머보다 좀 더 더머하다는 자평을 서로 나눔),
신갈....망향 등지를 거쳐, 광주에 도착한 것이
장장 12시간 후인 다음날 새벽 4시.

망향까지는 택배트럭으로,
망향부터 광주까지는 조그만 밴으로 이동.
전주가는 아저씨가, 처음에는 우리를 이해할 수 없다며,
우리가 혹시 탈옥수가 아닐까 의심한 듯,
OO과 ^^의 모자(사실은 XX꺼)를 벗기는 등,
세심한 확인까지 거쳤으나, 결국 무혐의로 판정, 광주까지 태워줌.

좀 오래 걸리긴 했지만,
그래도 공짜로 광주까지 온 게 어디냐며 서로를 격려,
오뎅국물로 추위와 배고픔을 달래고,
피씨방에서 시간을 때운 후,
강철민씨가 갇혀있는 31사에 아침 9시 반쯤 도착.

헌병장교는 우리가 몸에 부착한 투쟁과 밥 패치 등을 보며,
우리의 거대조직에 관심을 보이며 탐문을 벌였으나,
우리의 실상이 드러나자, 적쟎이 실망하는 듯한 표정.
각종 쓸데없는 절차를 거쳐,
드디어 철민씨와 상봉.
철민씨는 파병반대와 관련있는 바깥소식에 목이 마른 눈치.

생활은 할 만하다고 하고,
하루종일, 50분 앉아있고, 10분 휴식하는 짓을 반복한다고 함.
내복은 네벌이나 있는 등, 필요한 물품은 없다고 함.
재판하는 날, 판결까지 내린다고 함.
엠비씨 다큐 내용에 대해서 묻고, 반응을 궁금해 함.
요즘도 피스쥐쥐쥐쥐에 욕하는 글이 많이 올라 오는지 물어 봄.
우리들은 기타 실없는 소리로
철민씨에게 허무개그를 선사함.
날도 추운데, 철민씨가 우리덕에 고생이 많았음.

면회가 끝나고,
강철민씨에게 편지쓰기 모임이 준비한 네통의 편지와,
우리 삼인의 격려의 말이 담긴 책
(우리시대의 아나키즘, XX 증정) 한 권,
그리고 히치를 해서 아낀 돈으로 마련한
거금 일만원을 (감옥에선 돈이 필요없다는
헌병장교의 말을 무시하고) 맡기고 옴.
(군당국의 검열 후, 철민씨 전달여부가 결정된다고 하고,
거부시 나중에 출소할 때 전달된다고 함).

추위를 이기기 위해서,
마침 들른 부대 피엑스에서 장갑을 사려 하였으나,
사제보다 비싼 관계로 포기. 대신,
가장 싼 양말을 사서 장갑을 대신하려 하였으나,
걍 발이 시려서 양말로 신기로 하고,
기존에 쓰던 OO의 새양말을 장갑으로 계속 쓰기로 결의를 모음.
그대신, 오른손을 추위로부터 보호해주던 얇은
주방용 비니루는 보온 기능이 부실함을 이유로
폐기처분키로 개인적으로 결정함.

군대를 빠져나오면서
의기소침할 기회도 없이 바로 헤매기 시작,
부안으로 간는 히치는 실패의 연속,
서너시간을 내쳐 걸음.
불이 아닌 톨(게이트)을 찾아서,
찾아서 길을 떠났으나,
50보만 가면 나온다던 톨은 5000보를 걸어도 나올 기미가 안 보임.
이러다 부안까지 걸어가는 게 아닌가 싶던 바로 그때,
조폭아저씨의 화려한 등장으로 게임오바.
고생끝, 행복시작.

사정을 전해 들은 아저씨
(여기서 생물학적 나이는 중요치 않음)는 흥이 나서,
술을 먹자며 갑자기 동네 술집으로 우리를 끌고 감.
맥주와 과일안주 대접을 받던 중, "형님"의 전화가 와서,
서해안고속도로 톨까지 우리를 쏜살같이 태워주고 사라짐.
아저씨의 인생경험과 인생관에 대해서 내내 감동깊게 들음.
돈과 죽음을 극복할 줄 알아야 된다,
지옥이 있기 때문에 사람을 생매장하는 등 나쁜 짓은 하면 안된다,
전두환 등 학살을 한 권력자들을 사람만들지 못한
백담사 승려들은 혼이 나야 한다,
전두환은 스스로 죄과를 받아야 한다는 등 주옥같은 얘기를 들음.

서해안고속도로에서 부안가는 채소트럭을 타고,
부안군에서 읍내로는 이웃동네 아저씨 밴을 얻어타고
촛불 시위 현장으로 직행.

마침 촛불 시위가 시작해서, 한참 진행중.
주변 환경은 최악은 아닌 듯.
철거했던 무대는 다시 설치되었고,
여기저기 박살난 유리창이 보였지만,
불은 나가지 않았고,
주민들의 분위기도 절망적이라기보다는 희망적으로 보였음.
온 읍네가 반핵 노란 깃발로 치장되어 있었고,
전반적으로 해방구 분위기가 넘쳐났음.
나이든 아주머니들의 모습이 많고 밝아서, 보기 좋았음.

주민들과 문규현신부 등의 발언 후, 본격적인 여흥순서로 돌입.
부산 노동자 노래패 "일터"의 놀라운 노래 공연
(여자 가수의 가창력은 감동 그 자체, 불나비, 와우~)와,
역시 부산에서 올라온 소리꾼의 가는 세월 절창은
판소리를 처음으로 감명깊게 들은 경험을 남김.
행위예술성 춤, 반핵을 형상화한 춤 역시 감동적.
아주 가까이서 보는 바람에, 전선에 옮겨붙을 뻔한
불붙은 종이를 끄는 식으로 퍼포먼스에 엉겹결에 참여.

시위가 끝나고, 부안성당으로 이동, 한 일도 없이 밥만 축냄.
너무 맛있어서 개인적으로 세그릇 먹어,
평소의 소식 신조가 무색해짐.
부안성당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좋았으나,
문화적 이질감도 약간 느낌.
밥만 축내서 양심에 걸려서인지,
잠자리는 최근에 묵은 어떤 잠자리보다도 넓고
따뜻했음에도 불구하고, 잠을 못이룸.
웨바와 영어워크샵을 구상하다가, 새벽에 잠이 듬.

아침일찍 일어나서, 밥값을 하려고,
홍보물 제작에 매달렸으나, 역부족으로 무위에 그침.
또다시 아침밥만 축내고, 서둘러 귀향작업에 돌입.

이후 부안에 대한 20문20답 형식의 간결한 홍보문을
작성키로 다짐함.
부안만이 아니라, 이라크전쟁에 관한 20가지 진실식의
간결한 요점정리식의 홍보문을 쟁점마다 작성하는
것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함.

터미날로 향하던 중,
핵폐기장을 찬성하는 소수의 주민이
기자회견 비슷한 시회를 가져서, 약간의 소요가 있음.
아침에, 그것때문에 말이 많았던 듯.
소수의 주민들이 어떤 이유에서든지간에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고, 연대의 굳건함을 깨는
모종의 역할을 맡는, 공작이 시작된 듯한 낌새가 났음.

오후 늦게 먹고 살기 위한 일이 있어,
개인적으로 버스타고 돌아옴.
이후, XX과 OO의 생사에 대한 정보 전무.

돌아오자마자, 꾀죄죄한 몰골로 고객을 만남.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서, 지지방문에 대한 글을 씀.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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