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25.달날. 흐림

조회 수 450 추천 수 0 2021.02.11 23:26:27


 

물꼬의 기적? 쯤으로 부르겠다.

오늘 같은 상황이었다면 우리는 167계자를 멈춰야 했을 것이다.

신비한 느낌까지 들었다.

군청 안전과에서 연락이 들어왔다.

대안학교 실태조사란다.

아니, 수해를 입고 도움을 청해도 아는 체도 않으시더니 무슨 일이시랍니까?”

대전의 한 기독대안학교에서 확진자가 늘면서

부랴부랴 도청에서 현장 실태조사를 하라 공지가 내려왔단다.

 

종교단체가 운영하는 대전의 기숙형 비인가 국제학교에서

하루 만에 125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집단으로 발생했다.

방역당국은 지역 확산을 막기 위해

이 학교 학생들의 외부 출입 여부를 조사하고 있고,

교육당국과 협력해 기숙 시설 및 유사한 비인가 시설에 대한 전수검사를 하겠다고.

http://www.hani.co.kr/arti/area/area_general/980167.html#csidx420b1ec23dba39bb5d5abae012ab533

 

계자를 무사히 마친 선물이랄까,

영화 <레블루셔너리 로드>를 보다.

리차드 예이츠의 소설이 원작이다.

이 소설은 더글라스 케네디의 <빅 픽쳐 Big Picture>에 영감을 준 작품.

<타이타닉>을 같이 찍었던 남녀주인공은 이제 부부로 이 영화를 같이 한다.

그저 동네이름이지만 변화, 혁신 혹은 혁명의 길이라는 뜻에서 의미심장할.

re가 회전의 의미도 있으니 우리가 헤어나지 못하는 반복됨을 말할지도.

이창동의 <밀양(密陽); 비밀의 볕>을 생각하였네.

지명이 드러내는 중의적 의미, 뭐 그런 의미로다가.

레블루셔너리 로드에 사는 부부,

생활은 안정 되고, 아이들은 건강하게 자라고, 지루한 일상은 반복된다.

어느 날 찾아낸 사진에서 꿈꾸던 젊은 날을 떠올리며

이들은 파리로 이주를 계획한다.

거기서 자신이 일을 하는 동안 남편은 공부하며 새로운 일을 찾아보라는

아내의 적극적인 권유.

그러나 셋째 아이가 생기고, 남편은 아주 좋은 조건의 스카웃 제안을 받으며

그들은 레블루셔너리 로드에 주저앉는다.

그들이 이주를 결정했을 때, 모두가 무모하다고 입을 모을 때,

수학자였으나 신경쇠약으로 정신병원에 오랫동안 격리치료 중이었던,

이웃 노년의 아들 존만이 그들을 지지했다.

꿈을 접고 일상에 갇힌 게 더 이상한 거라는.

부부가 레블루셔너리 로드를 떠날 수 있었을 때는

안정적인 현실에 안주해버린 아내가 세상을 버렸을 때였다.

영화가 그렇게 끝나지 않고도(가령 누구의 죽음도 없이 공허함과 쓸쓸함만 남겼어도)

주제의 울림은 충분히 뜨거웠을 텐데.

어쩌면 죽음으로서야 끝난 꿈,이었다는 당연한 귀결을 말하려고 했을 지도 모르겠다.

살았으되 산 것 같지 않은 삶은 얼마나 지독한 것인가.

주제를 위해 너무 쉬운 결론으로 가서 아쉬웠달까.

문제제기에 비해 안이한 결말로 갔다는.

영화에서의 아내는 이상을 향해 걸어갔으나 죽음에 닿아야 했고,

남편은 결국 현실의 덫에서 소중한 사람을 잃고서야 아차 하고,

그 위에서 쓰여진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 주인공 벤은 꿈꾸고 그걸 현실에서 실현했더랬네.

그렇다. 우린 계속 꿈꿀 수 있고, 마침내 그리 살 수 있다.

생각한 대로 사는 것, 뭐가 그리 어려울까.

사는 일이, 때로 가난 때문에도, 자주 비굴하기도 하고 그렇지.

어떻게 다 얻고 살겠는가.

잃는 게 있으면 얻기도 하고 얻는 것 대신 잃는 것도 있고.

뭐 그리 바라는 게 많나.

그나마 꿈꾸는 대로 살아볼 수 있다면, 그래서 잃는 것도 좀 있다면, 것도 충분하지.

하여 오늘도 생각한 대로 살아보기로!

 

다시 겨울90일수행은 계속된다...

계자로 잠시 멈췄던 일정이다.

겨울 석 달에 청계와 계자를 빼면

나머지는 거의 동안거이다.

부디 방문은 꽃 피고 새 우는 봄날들에 하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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