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저녁답 쓸었던 눈 위로 다시 눈 내렸다.

하지만 곧 녹고 있었다.

언 길, 더러 녹았지만 쓸며 마을로 내려갔다.

학교 마당을 쓸었다.

현관에서 사택까지 길을 열다.

어제 못 봤다고,

반갑다 반갑다 신이 난 가습이가 얼굴 앞으로 확 달려두는데,

가습이 줄이 끊겨 잠시 소동이 있었네.

마을로 나가 혹 차에 변을 당하거나 저가 사람을 공격하거나 할까 봐.

몇 차례 부르자 얼른 제 집으로 돌아왔더라.

 

, 문자며 메일이며부터 챙기자.

167계자가 끝날 무렵 택배 하나 왔다.

옥샘, 금요일 도착예정으로 주문한 택배가 있어요.

아이들 빠져나가고 계자 끝나고 쉬실 때 혼자 쓰시라고 보냈는데

오늘 도착한다고 하네요. 계자 중에 뭔가 싶으실까 문자 남겨놓습니다.’

함께 오랫동안 계자를 같이 하며 고생한 그이라.

이 멧골살림이 어찌 돌아가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어린 동료이나 어른스러울 때가 더 많은,

그를 기대고 보낸 시간들이 눈물겹던.

우린 때로 나를 키운 이를 떠나거나 떠나보내고 홀로 서야할 때가 있다.

그것이 내가 성장해서건(어떨 땐 오해가 있을 수도) 그가 변함 혹은 상실에서건.

그렇게 헤어졌다가

서로 건강하게 잘 성장하면 이제 다른 질로 우리 만날 수 있지.

부모와 자식이 그렇더라.

같은 경우인지는 몰라도 우리에게 얼마쯤의 공백이 있었다.

이름을 불러보니 벌써 찡했다.

택배는 진즉에 왔고,

그가 계자 살림을 위해 보내주었던 것도 일찌감치 왔더랬다.

말을 잃네...

내가 그대 살림을 살펴야지,

혼자 살아도 한 살림, 그것도 도시 속에서 젊은이가 살아내기 수월치 않을 거라.

고맙고, 고마운.

걸음 해야지, 대해리!’

 

학부모 한 분께도 감사 문자도 띄운다.

이제야 통장을 보고...

... ... ... ...

고맙습니다!’

물꼬 일정에 아이를 보낼 때면

꼭 물꼬 후원회비를 더해 보내시는 당신이라.

그건, 결코, 당신이 넉넉해서가 아닌 줄 짐작한다.

그리고 그것이 이 살림을 구체적으로돕게도 되는.

고맙고, 못내 미안하고, 다시 고마웠다.

 

올해 아들과 함께 낼 책 원고를 기다리고 있는 편집자한테도 얼른 먼저 문자를 넣다.

질기고 긴 멧골의 겨울입니다:)

무사히(정말... 안전히) 겨울 일정들을 건넜군요.

한단은 병원실습을 시작한 가운데서도 글을 써나가고 있어

아직 아무것도 손대지 못한 저를 자극시킵니다.

이제 좀 해보련다 하는 2월 앞에서의 다짐~

부디 강건하시고!’

독촉 받기 전 선수치는. 하하.

글을 쓰는 건 둘째 치고

출판사로부터 건네받은 기획서 이후 한 발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

, 이제 계자가 끝났으니...

 

올해는 마을에서 농협조합원 대의원 일도 맡았다.

대의원회의만 해도 코로나19로 비대면으로 이루어지는 일들이다.

서류가 온 걸 아직도 열어보지 못하고.

오늘 마감이라 하여 부랴부랴 뜯어서 서명하고

나가는 이가 있어 그 편에 보내다.

 

달골을 배낭 메고 오르내리고 있다.

물을 길어오기도 하고 더러 먹을 걸 넣어오기도 하고.

오늘 달골 나서기 전 배낭에 서류봉투(편지봉투 크기) 하나 넣었다.

그런데 내려가서 가마솥방 식탁에서 가방을 열어

빈 물통을 채우고 그대로 가방을 닫았는데,

올라오니 그 봉투가 사라졌다.

혹 꺼내기라도 했을까... 걸었던 걸음대로 되짚었으나 봉투는 없었다.

그러나 혹시나 하고...

달골 책상에 있는 가방을 열었는데, 거기 그 봉투가 들어있었다.

도대체 누가...

너무나 명백하다고 생각했던 것조차 이런 일이 있다.

생각은 메고 내려갈 가방을 열었을 것이고, 손은 책상에 있는 가방으로 갔나 보다.

믿어 의심치 않는 기억이란 없는 법이겠지만

이러다 치매도 오는 것 아니겠는지.

화투라도 쳐야 하나...

영혼이 몸과 같이 가도록 애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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