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0.22.흙날.맑음 / 감 깎다
마을길을 달리고 왔습니다.
아침 바람이 이제 제법 찹니다.
아이들이 공부준비를 다 하고 있는데,
정작 제가 늑장을 부렸지요.
큰 마당을 가로질러 급히 뛰어가는데
아이들 목소리가 낭랑합니다.
"Cloud, Cloud, can you be my strong friend?"
칠판에 남겨져있는 영어문장들을 읽고 있었던 겝니다,
역할까지 나눠가며.
"옥샘이랑 하고 있었던 것 아니예요?"
다른 샘들도 듣고서 아침부터 애들이 뭐한 거냐 물어왔더라지요.
장구도 치고 춤을 추러갔지요.
오는 길 시냇가에서 가을 햇살을 주웠습니다.
담엔 책을 들고 가야겠다 싶어요.
"이근샘 (판굿하는 법을)잊었을까봐 우리가 한 판 놀아주는 거야."
생색내며 저녁엔 이근 삼촌이랑 김준호 아빠도 같이 굿판 벌였지요.
아이들도 장구 메고 졸졸졸 따랐습니다.
한 밤 가마솥방에선 밥알들과 방문한 박진숙님이 감을 깎았습니다.
곶감집 감타래에 매달릴 여섯 접쯤 되는 감이지요.
이 골짝 바람과 날마다 들여다보는 아이들의 입김이 닿아
얼마나 달디단 곶감이 되련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