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0.25.불날.흐림 / 늦은 1차 서류들

조회 수 1435 추천 수 0 2005.10.26 22:59:00

2005.10.25.불날.흐림 / 늦은 1차 서류들

명상할 때 아이들의 자세가 그 즈음의 그 아이를 짐작케도 합니다.
요즘 채규의 변화가 크지요.
얼마나 곧은 자세로 오래토록 앉았는지요.
령이는 조금 어수선합니다, 그에게는 심란한 요즘인 모양입니다.

우리들의 역사여행은 고구려건국설화를 거쳐 삼국시대로 돌입했습니다.
앞 시간까지의 고대 초기의 사회와 문화를 정리하는데,
그 시대의 법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짐작할 수 있을까,
남겨진 역사적 유물들을 통해 우리가 역사가처럼 그 시대를 추측도 해보고,
국제 정세가 어땠을까 그려도 보고,
예의 무천이며 부여의 영고며 삼한의 수릿날을 통해
그 시절 사람들이 흥겨웠을 시간을 함께 뚱땅거려도 보았더라지요.

"채규 쟤 왜 저래? 맨날 징징대잖여. 웬일이래, 토옹 안그러네."
한국화샘이 그러십니다.
저(채규)는 씨익 웃고 섰지요.
그런데, 류옥하다가 눈물 바람이 났습니다.
그려둔 그림이 두 점이나 없어졌습니다.
오늘은 게다 가지를 치기로 했는데 말입니다.
온 천지를 뒤적이다 나현의 그림 틈에서 겨우 한 장을 찾아냈지요.
못 챙긴 저(하다) 잘못이 클 테니 암소리 못하였지만
그렇다고 속이 안상했을 수야 없겠지요.
모두 그 소란에도 붓만을 놀렸는데,
우리는 마칠 즈음 '의리'에 대해 생각했더라지요.
자기 일에 집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속이 상한 그를 위해 조금 움직이는 살핌,
그것에 대해 되짚어봤지요.
우리가 그의 말에 귀 기울여 혹여 자기 그림 사이에 있지는 않은가 들춰라도 봤으면
찾던 이도 마음이 더 낫지 않았을까,
설혹 그림을 한 장도 찾지 못했을지라도.
곁에 있는 이의 마음을 헤아리는데 우리가 모자라지 않나
가만히들 돌아보았더랍니다.

오후엔 모두 불려나가 논에 갔습니다.
볏단을 산 일곱 마지기 가운데 큰 다랑이 닷 마지기 볏단을
1시간 가까이 투덜거림도 없이 꾸역꾸역 모아 쌓고
경운기에 올리고 물꼬 논에 부리고...
그리고 실으러 올 경운기를 기다리며 가을을 즐겼더라지요.
곁에 있는 감나무에선 이웃이 감을 따고 있었는데,
가을을 따고 있었는데,
무슨 장대로 따는 감이 손으로 따듯하더랍니다.
그리고 우린 꿈을 꾸었겠지요,
그리 손에 농사일이 익을 날에 대한.

2006학년도 입학 1차 전형이 끝난 데다
학교 안내하는 날까지 마쳤건만
늦게 찾아오는 이도 있고, 늦은 글이 닿고도 있습니다.
"지금 당장 아이가 피를 철철 흘리고 있는 것도 아닌데
내년에 올 수 있음 좋겠습니다."
야속도하고 야박도하겠으나
겨울 날 준비가 만만찮은 산골살이의 부박함이려니 이해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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