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라 할 만하다. 아직 영하로 떨어지는 밤이 있지만.
달골을 지키는 다섯 아이들(석고인형)이 있다.
기숙사 들머리 창고동 앞 꽃밭에 은동 금동 끝동이가,
아침뜨락 뽕나무 아래 난나와 티쭈가.
은동이들은 색이 바랬고, 그나마 해를 내내 받지는 않아 겉이 덜 벗겨졌다.
난나들은 고운 흙바닥에 세워져있어 거센 비에 튄 흙을 뒤집어썼다.
모두 데려다 씻기고 햇발동 앞 데크 위에 말려두었다.
무광 투명 라카를 뿌려줄 생각이다.
겨울 내내 바로 옆에 있는 밭에서는 더러 발자국이 발견되어도
멧돼지의 피해를 피했던 아침뜨락이었다. 크레졸을 걸어둔 덕이었다.
여러 달 지났으니, 거의 날아갔다.
그래서였나, 오늘은 밥못 머리에 파헤쳐진 땅이 세 곳이나 있었다.
아래 옴자 머리의 눈썹달 모양에는(지난 2월 어른의 학교에서 튤립 구근을 심은)
오간 발자국만 선명하더니.
내일은 약국을 다녀와야겠다. 크레졸을 넉넉히 사야겠다.
밥못 머리에, 그러니까 물고기 입모양 가장자리, 개나리를 더 심으려한다.
바르셀로나 가기 전 2017년에 꺾꽂이로 심었으나
풀의 습격에 겨우 몇이 살았고,
돌아와 다시 심었으나 모두 살지는 못했다.
좀 더 풍성하게 더하려 한다.
먼저 땅을 파고 돌을 골라내고 다듬어두었다.
아직 남은 일을 내일 마저 하고 개나리 꽂으려 한다.
어디서 능소화를 패 내 버리고 있었다.
두어 그루 심고 싶어 하던 참.
물꼬 주십사 하여 아침뜨락 꽃그늘 길 가로 심었다.
양쪽으로, 뿌리가 있는 것에다 꺾꽂이로 두어 개씩 합쳐.
어두워오는 골짝에서 물을 흠뻑 주었다.
욕실 한 곳 타일 줄눈이가 내려앉았다.
보강해주었는데, 줄눈이제를 안쪽에서 먹어버린.
더하면 되지.
다시 얹어 발라주었다.
벽에 붙은 수전 하나에 틈이 있다.
그곳으로 물이 스밀 테지.
어디라도 물이 스며 좋을 것 없으나 목조구조라면 더 치명적일.
미룰 일이 아니겠다.
뻥 뚫린 공간에 화장지를 말아 채우고 벽에 붙은 부분에 실리콘을 쏘았다.
아침뜨락 측백나무 133그루 분양을 마쳤고(2월 10일),
그 이름자를 새기려한다.
세고 또 세는데 134그루였다가 135그루였다가, 자꾸 틀렸다.
꼼꼼하게 이름을 다시 대조했다.
바위에 이름을 새겨주겠다던 분께 명단을 보냈다.
모다 고마울 일이다. 이름을 건 분들도, 이름을 새겨주시겠다는 분도.
2021학년도 한해살이를 오늘에야 알렸다.
자, 또 새 일 년이다.
물꼬가 또 어떤 길로 갈지 설렌다.
방향성은 한결 같다. 아이들(또한 어른들)에게 힘이 되게! 그리고 오직 선하게, 오직 세계가 이롭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