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0.28.쇠날.꾸물꾸물 / 작은 일에만 분노한다?

조회 수 1561 추천 수 0 2005.11.01 19:32:00

2005.10.28.쇠날.꾸물꾸물 / 작은 일에만 분노한다?

품앗이 태석 삼촌이 들어왔습니다,
아이들 보러 왔는데, 애들은 집에 갔는데.
공부하러 대처 나가 있던 집안 동생이 온 듯합니다,
시험 끝내놓고 고향집 들른.
보면, 기분 순해지는 청년이랍니다, 그는.
죙일 볏짚을 날랐다지요.

희정샘네 나이 많으신 이모가 오랜 병원생활을 뒤로 세상 끈을 놓으셨습니다.
이태나 병원에 계셨다던가요.
이미 지난 여름에 살림은 정리들을 이리저리 하였더랍니다.
상범샘이랑 희정샘은 서울 장례식장에 다니러 갔네요.

물꼬 큰 논두렁 몇 분과 상의할 일이 좀 생겨서 저 역시 서울 나와 있습니다.
그 편에 언제 보자시던 어른들도 같이 자리하였지요.
저녁 늦게 불쑥 불려나온 친구와,
늘 무기지요, 산골 아줌마가 길을 잘 몰라서로 시작하는,
이제는 먹혀들지도 않을 것 같은 엄살을 못이겨주는 이들이 고마웁지요,
강남의 한 극장에 들어갔습니다.
사흘이나 말미를 얻어온 나들이라 이런 여유가 다 있네요.
'새드 무비 + 10분 단편'
시간이 좀 멀었지만 단편도 볼 수 있다 하니 신났습니다.
단편 하나 보자고 산 표에 가깝겠습니다.
안내화면에도 표에도 그리 적혀있으니
의심 없이 앉아 장편 잘 보고 단편 하기를 기다리는데,
몇이 뚤래뚤래 마지막까지 앉아 있어보지만
기어이 불은 환해지고 음악소리 커지고 다음 관람객들이 들어서고...
"단편 안하나요?"
어찌저찌해서 안한다데요.
친구는 벌써 주차장으로 내려가고,
매니저를 찾았습니다.
"원래 시작 전에 하는 건데..."
아무런 안내도 받지 못했던 관객은 화가 난 게지요.
"10분 단편 영화 비율만큼 환불해 주세요."
정말 화가 난 건 어느 누구도 화내지 않는 사실 때문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분명히 저처럼 단편이 탐나 이 영화를 본 사람도 있었을 것인데 말입니다.
마지막까지 일어서지 못했던 몇 덩어리의 사람들도 있었는데 말예요.
사과와 함께 두 달안에 어떤 영화든 볼 수 있는 초대권을 두 장 받았습니다.
아, 그런데,
돌아서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기분,
한편 엉망이었지요.
우리는 왜 작은 일에만 분노하는가,
박완서님의 산문집 제목이 그러하였던가요...
그러나, 10원 때문에라도 분노할 일은 분노해야지,
무엇이 정의인지 눈 똑바로 뜨고 살아야지,
또한 큰 도둑일지라도 싸울 힘이 없어 꼬리를 내리지는 말아야지,
그런 다짐들을 궁시렁거리는 골난 아이처럼 하며 씁쓸해했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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