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3.11.나무날. 흐림

조회 수 322 추천 수 0 2021.04.22 23:24:45


 

인터넷에서 어떤 글을 읽다가 한 아이디가 여러 번 보여서

이 사람은 어찌 이리 바지런히 댓글을 다는가 했다.

주린이.

누구일까?

그렇다. 주식 어린이의 약자로 주식 투자 초보자를 말함이었다.

그러니까 애초 한 명의 주린이만 있는 게 아니었던 거다.

주식 열풍이다.

동학개미라고들 부르더라.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낱말.

거참, 동학의 그 아비들의 마음을, 어째 거기 갖다 썼을까.

하기야 민란이라는 의미로 본다면 그렇게 말할 수도.

현 주식 투자자 3명 중 1명이 코로나19 확산 이후 주식을 시작했다지만

그것이 원인이었던 것 같지는 않고

제로금리시대에 특히 경제적 돌파구가 필요했던 청년층 중심으로 확대된 듯.

영혼까지 끌어서(영끌), 빚을 내서까지(빚투).

취업문은 갈수록 좁고, 임금으로 집을 살 수 없은 지는 오래,

결혼과 출산도 포기한 사면초사 2030이 갈 데가 없었으니.

 

주식에는 기사 한 줄도 읽을 생각이 없었다.

그건 한정된 상자로 보였고,

그러므로 누군가 이익을 얻으면 그만큼 잃은 사람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이익을 바랄 수가 없었던.

요새 생각을 좀 바꾸었다,

내가 회사를 차릴 수도, 경영에 참여할 수도 없지만

주식으로 내 회사를 가질 수가 있다로,

가치 있는 기업에 말 그대로 투자를 해서 그 이익을 나눠 갖는 걸로.

그래서 지난 2, 보육원에서 자라 견실하게 직장 생활하는 두 친구에게

넌지시 권하는 말을 하기까지.

그것들이 나이 스물이 되자마자 보육원을 나와 살아내느라 얼마나 고단들 하였을 거나.

월급 타면 튼튼한 기업의 주식에 적금 넣듯 쌓아가면 어떻겠냐 싶더라.

그런데, 이미 하고들 있던 걸!

 

마늘이 싹을 제법 밀어 올렸다.

학교에서는 마늘밭을 정리했다고 학교아저씨가 전해왔다.

대처 나와 있다.

밤새 책상 앞에 앉았는데 아침이 오도록 글이 되지는 못했다.

이른 아침 출근하는 식구의 밥상을 차렸다.

글이 안 되더라도 손에 잡은 일에 집중하기.

지금은 집안일에.

물꼬에서도 가장 많이 하는 일이라면 밥하고 청소하고 풀매는 일.

청소라면 어디를 가나 달고 다니는.

대처에 식구들이 나가 살아도 잘난 물꼬 일 한다고

그 살림 한 번을 들여다보기 쉽잖았다.

겨우 주에 한 차례 반찬통을 채워 보내는 것 정도.

그것도 맨날 그 반찬이 그 반찬.

이 집은... 이사 이래로 베란다 창을 몇 번이나 닦았을 거나.

베란다 바닥도 물청소를 하다.

아들이 밥을 해먹고 다닌다지만 싱크대 상부장이고 하부장이고 먼지다.

안방에서 쓰는 욕실은 변기를 빼고는 먼지가 수북.

그렇게 하고도 살아지는 게 용하기도 하고,

그곳도 한 살림이라고 살아내는 것도 기특하고.

그래도 엄마 나타난다 하면 여기까지 와서 청소하지 말라고

아비와 아들이 한다고 해놓은 청소인데도

엄마 손이면 또 갈 곳이 있었으니.

 

오후에는 카페에 몇 시간 앉았다.

도서관 열람실이 문을 닫고 있었다.

계획 차질이다. 도서관에 앉아서 글을 좀 쓸 생각이었는데.

옆 테이블에 중년 여성 셋, 주식 공부 중이었다,

한 여성에게 모 기업 주식을 두 여성이 직접 사주면서.

그야말로 주식 광풍이다.

나도 해야 하나...’

여의도 증권맨인 기표샘이 안부 전화를 넣었기에

그리 문자로 답했더니 말을 말더라. 기가 막혔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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