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3.12.쇠날. 비

조회 수 361 추천 수 0 2021.04.22 23:26:19


 

작정하고 며칠 대처 나와 있는데,

계약한 원고 좀 써볼라는데,

아아아아아아, 윗층이 공사 중이다.

이사 들어올 주인이 이웃의 여러 집을 돌며 미리 양해를 구하기는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사정이나 알자고 올라갔다.

그래야 카페를 가든 어찌 좀 하지.

저 해머소리 만큼은 도저히 집안에서 듣고 있을 소리가 아니다.

층간소음 시비가 이런 것들이겠구나 싶더만.

마침 엘리베이터에 주인이 같이 탔다.

욕실 벽을 깨는 일은 오늘이면 끝나겠다 했다.

 

곧 주인이 따라 내려와 봉투를 내밀었다.

카페 가시면 커피 값으로 쓰란다.

얼결에 엉거주춤 받아들었다.

아들이 병원 출근 시간이라 정신없이 보내고 봉투를 돌려주러 올라갔다.

주인은 가고 없었고,

오늘 인부들은 주인을 볼 일이 더는 없다 했다.

집주인에게 긴 문자를 보냈다.

불가피한 일인 줄 안다,

이웃들을 생각하자면 여간 곤란하시지 않겠다,

대체로들 이해할 거다,

이웃에서 벌어지는 일에 이리 봉투를 받을 일은 아니다,

바삐 식구 밥상 차려주고 내보내야 해서 얼떨결에 받았지만.

나중에 아들 편에 봉투 보낼 것이니 받으시기 바란다,

그런 내용들이었다.

긴 답문자가 왔다.

어릴 적부터 부모님이

이웃과 잘 지내는 것, 베푸는 것, 보은하는 것에 대해 강조하고 가르치셨다,

공사를 피해 일부러 카페를 가야 하는 거니 죄송스럽고 도리라고 생각한 봉투였다고.

다시 답했다.

저마다 사정이 있을 테고, 내게 한 듯 이웃들을 헤아리면 다들 헤아리실 거다,

봉투는 더 말할 것 없이 아들이 되돌려 드릴 때 받아라, , 이라고 보냈다.

양해해줘서 고맙다는 답이 왔다.

아들, 나중에 윗층 이사 오면 돌려주렴.”

냉장고 위에 봉투를 두었다.

 

이해는 이해지만 불편은 또 불편이다.

비까지 내리네.

집을 나서 밖에서 글은 되지 않고 변죽만 울리다 들어와

식구들 저녁 밥상을 차렸더라.

 

저녁에는 재작년 그림모임 구성원들과 연락.

작년에, 봄이 오면 이웃 도시에서 다시 아뜰리에에 모이기로 했더랬는데.

그렇게 1년이 흘러가버렸다.

다시 봄.

그래도 한 도시 안에서는 다들 또 그리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들 모이고 있었더라,

지방에서의 삶이 흔히 그렇듯.

4월 말에는 건너가볼까 한다 전하다.

그림이 될지는 모르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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