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3.13.흙날. 갬

조회 수 360 추천 수 0 2021.04.22 23:27:54


 

하늘이 갰다.

미세먼지 씻겨갈 비였겠는데, 여전히 뿌연 하늘.

코로나19가 조금 세가 약해지면서 중국의 공장들이 다시 도는가.

전 세계의 경기는 다시 일어서고 있었다.

 

계곡을 따라 대해리로 들어오는 길가에 청매들이 푸르렀다.

멧골도 청매들이 반겼다.

물꼬에서는 수선화가 맞았다.

갈 때는 툭툭 여기저기더니 아주 다 피었다.

차 소리를 듣고 벌써 짖는 가습이 제습이었다.

얼마나들 답답했을까.

내내 묶여만 있었을 것이다.

학교아저씨가 챙겨 하신다면 모를까, 그런 일까지 하십사는 못하겠더라.

집을 며칠 비운 자리는 어쩜 그리 먼지들이 더 잘 아는지.

깃들자면 또 청소.

가마솥방 청소를 하고 낮밥상을 차렸다.

도시 아파트의 옹색한 부엌에서 밥을 준비하다

너른 물꼬 부엌으로 오니 시원시원하다.

동선이 길어 힘들겠다 해도.

워낙 큰 살림이라 모자라는 그릇 혹은 도구가 드문.

 

달골 올라 햇발동 바람 한번 넣어주고,

아침뜨락에 들어 두루 살피다.

무너진 곳이 있을까 걱정할 공간은 아니고

그저 풀, , 풀을 보았다.

사이집에 들어서도 청소.

샤워커튼도 끌어내려 아랫단을 솔로 비비고, 물방울 얼룩진 욕실 벽도 닦아내고.

세면대 타일 줄눈제가 여러 차례 내려앉은 부분이 있어

대처 나가기 전 덧발라 놓고 갔더랬다. 넘쳤던 것들 긁어내다.

달골을 지키는 지붕을 벗어난 인형들 다섯,

씻기고 말리고 라카를 뿌리고 그 상태로 늘여놓고 갔던 걸음이었다.

대문 가까운 창고동 꽃밭에 은동 금동 끝동이를 다시 놓아주고,

난나와 티쭈는 아침뜨락 수로가 지나는 곳 뽕나무 아래 다시 자리 잡았다.

빗물에 튄 흙이 둘의 발을 더럽혀놓기에

공사용 보온재 천으로 깔개 삼고,

자꾸 넘어지기도 하는 둘이라 나뭇가지로 꼬챙이를 만들어 지줏대로 앞뒤로 꽂아주었다.

아침뜨락 들머리는 바람에 부러져 내린 감나무 마른 가지들이 수북했다.

치웠다.

성황당처럼 선 감나무인데 나이 많아 갈수록 부실하기에

오늘은 나오기 전 음식찌꺼기를 발효시킨 거름을 한 통 부어주었다.

 

몸이 재는 걸 보니 물꼬에 돌아왔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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