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3.18.나무날. 눈썹달

조회 수 407 추천 수 0 2021.04.27 23:16:46


 

개나리도 활짝, 복사꽃도 열렸다.

, 아들과 대처 강변을 걸었다.

아들이 학교를 다니지 않은 덕에

멧골에서 함께 보낸 시간이 길었는데,

대학을 가고나니 집으로 오는 시간까지 드물었다.

봄이 오고 겨우 두어 날만 같이 걸었던 갑다.

누군가와 걷는다는 것은 같이 이야기를 나눈다는 의미이기도.

물꼬에서 사람들과 늘 걷는 것 역시 그렇게 사람을 만난다는 뜻.

결국 그의 세계로 걸어 들어가는 일.

 

친구가 많지 않다,고 서른에 이른 친구가 말했다.

친구 많은 사람 좋아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서로가 가진 가치관에 대한 일정 정도의 이해를 동반하면서

때로 서로를 객관화해서 독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이들 이외에는

가까이 두고 싶지 않다고 그가 말했다.

나는 또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같은 또래가 쓴 글의 한 부분을 인용했다.

존대를 하지 않아도 하대가 되지 않는,

그러면서도 공평하고 공정하고 독할 수 있는 사이가 아니면

피 같은 내 시간을 투자해서 안 만난다.’

나는 이어 고개를 끄덕였다.

젊은 친구들이 똑똑하다.

우리(세대)는 인정으로 혹은 인사치레로 사람을 만나는데 익숙했던 젊은 날을 보냈다.”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치관이 다르다고 못 만날 것도 없다.

그의 이야기가 내 피가 되고 살이 될 수도 있다.”

그가 고개를 또 끄덕였다.

때로 만남은 하나의 우주가 내게 다가오는 일이기도 하다.

정성스럽게 시간을 들여서 정성스런 관계가 될 수도 있다.”

그가 고개를 이어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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