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다.

겨울이라고 그렇지 않은 것도 아니나 백차가 맛난 계절이다.

오랜만에 백차를 달였다.

 

매화도 진달래도 생강나무꽃도 앞다투며 피어난 멧골이다.

아주 가끔 구름이 덮이고는 했다.

바람이 퍽 거칠었다.

아침뜨락에서 풀을 매고 있었다.

챙 넓은 모자 안에 있으니 아래 땅만 보이는데

어느 순간 재가 날리는가 싶었다.

어디선가 뭘 좀 태우나보다, 고개를 드는데

, 눈발이었다.

꿈결처럼 다녀갔다.

겨울 한가운데와 봄 깊숙한 곳을 널뛰는 산마을 날씨다.

 

학교의 가마솥방 운동장 쪽 창 아래는 수선화가 여러 날째 벙글거리는데

달골 아침뜨락 옴()()의 머릿부분의 수선화는

볕 먼저 닿는 남쪽 편 꽃들이 서둘러 폈으나 마음만 바빴던가 키를 키우지는 못했다.

그 작은 땅에서도 남북의 온도차가 있다.

풀은 이 봄에도 무섭게 자란다.

세상의 처음부터 그랬을 풀.

 

뭐라도 하나 빠트리면 거리가 제법 먼 농기구 창고.

늘 하는 일이고, 챙긴다고 챙겨도 예상했던 대로 작업이 흐르지 못해

더 필요한 농기구가 생기고는 한다.

오늘은 망태기와 기능이 다른 호미 셋과 풀매기 방석,

마음먹은 만큼은 하고 뜨락을 나오기로.

그리고 그렇게 했다. 수선화 자리들만 풀을 맸다.

여기서 저기까지, 가기로 한 곳까지 가는 길이 먼 이곳,

왜냐하면 늘 가다가 일을 또 보게 되면 그걸 하고 지나느라,

왜냐하면 본 그때 하지 않으면 언제 또 그 일을 하나 하고,

왜냐하면 공간이 아주 넓은 이곳이므로,

그래서 건사할 곳 많은 여기이기에.

오늘 일의 마지막은 뜨락을 구석구석 한 바퀴 살피고 나오는 걸로.

지느러미 길의 메타세콰이어는 겨울을 잘 넘겼나 염려가 있었더니,

물이 잘 오르고 있다.

달못 가의 자작나무도 그러했다.

아가미 길의 광나무는 아무래도 죽은 것들을 패 내야 할 듯하다.

어떤 종으로 대체할까 생각 좀 해보기로.

사이집 남쪽 마당 동그라미 흙 안의 치자나무도 겨울을 넘기지 못했다.

대체할 수종을 생각한다.

찔레꽃을 한 뿌리 캐오자 싶다가 소나무가 어떨까 가늠해본다.

옮기기에 가을이 더 좋겠지만 지금도 그리 늦지는 않았다.

 

저녁답에도 아침뜨락을 걸었다.

고라니며 멧돼지가 뜨락의 가장자리를 지나다니는 요즘이다.

오늘도 밥못에 닿았을 때 북쪽 언덕 쪽에서 스슥거리는 소리.

얼른 내 편에서 꽥 소리를 질렀다.

얼마쯤 달아나서 귀를 곤두세우고 있음직했다. 고라니인 듯.

뜨락에 사람의 내를 자꾸 남기는 중.

오가며 다음 일은 무엇인가를 계획도 하고.

옴자 머리 쪽의 반달모양 원추리밭도 매야겠다.

뜨락 들머리 두목바위 둘레 꽃잔디 군락도 풀을 뽑아야는데...

 

코로나19 확산세로 한동안 읍내 목욕탕을 못간 학교아저씨는

탕 안에 있다는 이용원에서 머리도 깎고 왔는데,

오늘은 거기 아니라도 미장원을 들리겠다 읍내 다녀오시다.

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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