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3.23.불날. 맑음

조회 수 313 추천 수 0 2021.04.27 23:22:09


 

바람 많다. 봄은 대체로 그렇다.

 

집안으로 들여 월동을 했던 부레옥잠을 밥못으로 옮겼다.

집안이라고 하지만 그리 따뜻하지는 않은 방이라

겉에서부터 중심으로 서서히 초록을 잃어가고 있었다.

요 며칠 새 중심의 초록마저 아주 없어졌는데,

그래도 뿌리는 살아있지 않을까 하여 못에 넣은 것. 지켜보기로.

물상추는 방안에 있을 때 진즉 고사해서 치웠더랬다.

봄이면 몇 뿌리씩 사던 대로 그리 구하기로.

 

어제는 아침뜨락의 수선화 군락을 맸고,

오늘은 들머리의 두목바위 둘레 풀을 뽑다.

작년 봄 꽃잔디를 심은 곳이다.

긁어내기에는 컸고, 매기에는 잔 풀이었다.

좀 더 자랐을 때 매어도 좋겠다 싶었네.

절반을 매고 나왔다.

바위축대 아래 햇발동 앞으로 한 뙈기 수선화 자리도 풀을 맸다.

지난해 열댓 뿌리 옮겨두었더니, 잊지 않고 세상 보러왔다.

아직 꽃이 피지는 않았다. 해가 더디 닿는 곳이라.

사이집 둘레 풀들도 매다. 하얀샘이 들어와 두어 시간 돕고 나가다.

 

오늘 학부모 한 분의 연락.

아이 이름으로 측백나무 분양을 하셨더랬는데 이름자 한 자가 오기. 아차!

혹 누락(백서른셋 숫자를 세기는 하였으나)이나 오기가 있을 수도.

연락들 주셨으면.

 

저녁에도 아침뜨락에 들었다.

요새는 아침저녁을 그리 움직인다.

초저녁부터 벌써 움직이는 고라니며 산짐승들 때문에.

그렇게 인기척을 내어놓으면 저들도 좀 조심하려니 하는.

오늘도 뜨락 아래서 아주 굵은 멧돼지 발자국을 보았다.

그 정도 크기라면 몸집이 아주 거대할 것일.

 

자정에 소각로 불을 지폈다, 비로소 잠잠한 바람이어.

종이류들을 태웠다.

칼 차고 섬을 지켰던 장군처럼 막대 하나 짚고 건넛산을 바라보고 한참을 섰다.

상현달이 퍽도 밝았다.

건너 마을에서 개가 짖었다.

 

책을 쓰면서 자주 좌절한다.

마감은 다가오고 진척은 없다.

할 만한 일을 하고 있는가 묻고 있다.

이 역시 엉덩이를 붙이는 게 관건이다.

나는 자꾸만 문장을 끝내지도 못하고 일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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